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
알렉산드라 라인바르트 지음, 유영미 옮김 / 뜨인돌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새 2019년도 한 분기가 지나가고 말았다. 어제 드디어 회사에서 1분기 마감과 관련하여 해야하는 작업들의 90%정도 마친 것 같다. 분기 작업을 할 때면 항상 기분이 좋지 않다. 업무 자체가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3개월이 그냥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후딱 지나간 것 같아 엄청 씁쓸하다. 그리고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마흔은 아주 먼 얘기 같았는데 아주 가까이로 성큼 다가와 버렸다.

지난 주말 인천 차이나타운에 일이 생겨 혼자 지하철을 타고 차이나타운에 가게 되었다. 네이버 지도가 나에게 알려준 경로는 9호선을 타고 쭉 가서 대방역에서 1호선 급행을 타고 인천역에 내리는 것이었는데 긴 여행길에 동행할 책으로 나는 [마흔, 처음에는 좀 아찔했지만]을 골랐다. 토요일 늦은 오후 생각보다 지하철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1호선에는 더더욱 사람들이 없어 내릴 때 즈음에는 지하철 좌석 한줄에 한명만 앉을 정도였다. 조용한 지하철 안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배경으로 이 책을 읽었는데, 정말 그야말로 그냥 꿀잼이었다. 국적으로 보나, 나이로 보나, 언어로 보나 나와는 아주 동떨어진 사람일 것 같은 저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완전 빠져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만약 이 책을 읽기 전 저자 설명을 보지 않았다면, 중간 중간 느껴지는 우리와 다른 문화적 코드를 빼고 저자의 생각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다면 한국의 40대 여성이 쓴 작품이라고 느낄 정도로 너무 많은 부분이 대한민국의 40대 여성과 비슷했다(지구에 살고 있는 40대 여자는 지구를 떠나지 않는 한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단 말인가 절망한 부분이기도 함). 책 앞 부분에는 저자가 40대가 되면서 느낀 변화들, 마주치는 현실들이 재미있게 묘사되어 있다. 한참 재미있게 낄낄 대며 읽다가 이 모든 내용들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공감하는 내 자신을 보며 갑자기 흠칫 놀라기는(?) 했지만 그만큼 재미있었다. 그러나 뒤로 가면 갈수록 40대에는 이렇게 생각하며 이렇게 살아가게 될텐데 미리미리 40대의 지혜를 내 삶에서 실천해야 겠다 싶은 것들이 많았다. 특히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는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다. "결혼 서약의 의미 :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우다"에서 나는 남편과 함께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이끌어 가는 현명한 방법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계속해서 다그치고 비판하고 지적해대는 걸 옳은 일처럼 여겨왔지만, 사실 그런 행동은 상대를 주눅 들게 해서 더 서투르고 엉성하고 굼뜨게 만들 따름이다. 어느 순간 상대는 뭔가를 제대로 해보려는 시도를 중단해버린다. 더 나쁜 것은, 스스로가 멍청하고 서툰 인간이라고 믿어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내 머리를, 그리고 마음 한구석을 쿵하고 울리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저런 세상 시류에 휩쓸리고 흔들리느라 정작 내 중심을, 본질을 챙기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살아가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다는 것을 이 책은 얘기해 주고 있다.

이것은 우리가 90세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 별 하나를 1년으로 친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의 나이에 맞춰서, 살아온 햇수만큼의 별을 지워보라. 그러고 나서 남은 별들을 보며 당신에게 무엇이 중요한지를 생각해보라. 깨끗한 집, 정돈된 침대, 다이어트 마감 일정 지키기가 중요한가? 아니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즐거운 일들을 만들고, 피자를 먹고, 잠을 푹 자는 것이 중요한가?

 

재미있는 책이다. 사람 막 웃게 만들다가 소중한 것들(가족, 부모님..)에 대해서 생각하며 눈물 짓게도 만든다(갑자기 엉덩이 뒤가 걱정된다;;;;). 40대를 앞두고 싱숭생숭 마음이 울쩍한 30대 여자들, 그리고 막 40대를 접어들어 도대체 인생 뭐길래 이렇게 골 때리나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워킹맘으로 회사원으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베스트셀러 책까지 써낸 독일 언니의 유머러스한 조언이 우리의 건조한 일상을 단비처럼 적셔주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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