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외전 : 그들이 살아가는 법 퇴마록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퇴마록 외전을 읽고....

 

 

 

'외전'이라 함은 '메인 이야기'가 아닌 그야말로 '숨겨진 소소한 이야기'
가 될 것이다.

그러니 외전에서 '엄청난 액션신'이나 '최강의 적'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
은 외전을 잘못이해해도 한참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될 것이다.

강대한 적이나 엄청난 액션신은 퇴마록 본편에 넘치고도 넘치게 있으니까
그런 것을 기대했다면 본편을 다시 읽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외전에서 바라는 건 바로 '그들이 살아가는 법'같은 정서가 아닐까?

그렇게 소소하고 가볍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을 살짝 훔쳐보는
그런 정서가 외전의 정서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이러한 느낌으로 외전을 읽었고 이제 각 에피소드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고 한다.  

 

 

 

'그들이 살아가는 법'에서 우리가 알수 있는 것은 해동밀교에서
처음 만난 세 사람이 어떻게 융화 되어가는지 그에 대한 해답일
것이다.

사실 퇴마록을 읽으면서 '하늘이 불타던 날' 이후 그 세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알아가고 친해지는 과정이 등장하지 않아서 그 부분이 굉장히
궁금했던 참인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만족했다


그들이 가진 힘 때문에 겪게 되는 일상생활의 고초 역시 완전히
피부로 와닿게 쓰여 있었다.


서로의 힘을 신기하게 여기는 퇴마사들의 행동도 재미있었고
퇴마행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토론하는 대목도 인상 깊었으며
특히 현암의 마음에 뚫인 구멍을 메워주는 박신부의 행동은
실로 대단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런 과정을 거친 후 맞는 세사람의 생일파티.............

퇴마록을 사랑했던, 그리고 지금도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장 국내편 1권을 다시 찾게 만드는 기분이 느껴지리라
생각해 본다.

 

 

 

'보이지 않는 적'은 요즘 세대에게는 생소한 'PC통신'에 기반을 둔
이야기가 펼쳐진다.

처음에는 정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할머니와의 사투(?)로 시작하는
이 에피소드는 보기엔 화려해 보이는 퇴마행이 실제로는 참 구차하고
초라한 행동까지 해야한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에피소드에 있어 중요한 것은 PC통신시대나 현재
인터넷 시대나 '남을 욕하면서 자신을 병들게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바로 그 사실 일 것이다.

처음 PC통신이 있었던 시대에는 '아이디가 나자신!'이라는 개념이
지금보다 강했기에 현재보다는 '남을 욕하면서 자신을 병들게 하는
사람'이 훨씬 적었다.


하지만 현재 인터넷에는 '아이디에 대한 책임감'이 현저하게 적어졌으며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 역시 PC통신 시절과는 비교도 안되게 - 그 당시의
현암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 늘어나서'욕하며 병들어 가는 사람'
은 정말 엄청나게 늘어나 있는 상태이다.

결국 자정 작용이 일어나서 이 상황은 수 세월이 걸려 정화되겠지만 그 동안
전국 방방곡곡, 아니 세계 곳곳에서 그렇게 남을 욕하며 자신이 병들어 가는
사람은 지금 보다도 늘어만 갈 것이다.

에피소드 '보이지 않는 적'을 통해 우리 자신을 한 번 돌아보고 그 '정신병'
에서 탈출하여 현암, 혹은 남겨진 퇴마사의 후예들이 실로 블록버스터 급의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것을 막는데 일조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준후의 학교기행'은 준후가 학교에 가게 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이다.


준후는 자신이 받은 '교육'을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보통의 사람
들이 받고 있는 교육은 그것과는 많이 다른 것이었다.

준후가 그것을 느끼고 슬퍼하고 자신의 위치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다녔던,
우리가 받았던 교육과 일상에 대한 소중함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보통 사람의 교육을 받지 못한 준후에 대한 연민도 느낄 수 있었다.

준후가 제 멋대로인 아이들을 욕하면서도 그 아이들을 부러워 하는 것을
바라보며 준후와 퇴마사들의 외로움, 그리고 서로을 감사주는 퇴마사들의
느낌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짐 들어 주는 일'은 현암과 승희의 데이트(?)가 담긴 에피소드이다.


말세편에서도 나왔던 감정이지만 사실 현암은 승희의 짐을 누구보다도
들어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일부러 짐을 들어주지 않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월미도 모래사장에서 꾹꾹 눌러 지우던 글자들은 실은 글자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짐을 들어 주고 싶은 현암의 마음을 애써 눌러 지우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에피소드는 정말로 퇴마사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기분이어서 '내가
정말 외전을 보고 있구나'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좀 사적인 이야기지만 여자친구랑 백화점에 가면 느끼는 느낌
이 너무 잘 나와있어서 놀랬다^^

화장실 밖의 초조함이나 화장품 코너에서의 느낌, 그리고 백화점에서만
생기는 여인들의 강철 체력...... 

아마 대한민국의 남자들이라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 아닐까 싶다

 

 

 

'생령살인'은 주기선생 상준 혼자 '후련하게 해치우는' 에피소드다.


이 에피소드와 대비 되는 에피소드는 말세편의 '황금의 발'이 있다.

황금의 발에서 현암은 답답해 환장할 정도로 '퇴마행의 원칙'대로
행동해서 읽는 독자들을 애태운다.

하지만 상준은 그런 타입의 인간이 아니다.

정말 후련하고 시원하게 해치우며 독자들을 만족시킨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과연 퇴마사들이 상준과 같이
행동했다면 독자들이 좋아했겠느냐 하는 것이다.

상준의 행동을 보면서 후련은 했겠지만 백호의 마음처럼 '역시
그들이 아니면 안되는'그 무언가를 배신 하지 않기를 독자들은
바라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퇴마사들의 행동을 욕했던 독자들이 있다면 한 번 곰곰히
되돌아서 생각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상준 조차도 속만은 그렇게 가벼운 사람은 아니었다.

홍수편에서도 그랬지만 상준의 마음속에서 정의감이 있고 현암처럼
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렇기에 상준은 현암을 그렇게 열렬히 싫
어 하는 것이 아닐까....

상준이 현암을 싫어하는 만큼 상준은 현암처럼 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본인을 늑대라고 생각하는 상준은 정말로 양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닐까? 기부를 하는 것도 현암을 열심히 미워하는 것도 다 양이
되고 싶은 발악이 아닐런지....

그리고 상준 본인은 모르지만 독자들은 이미 상준을 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5편의 에피소드가 외전에 담겨있다.

개인적으로는 오랜만에 퇴마록의 국내편 적인 정서를 볼 수 있어서
정말 반가왔다. 그리고 그 국내편 적인 정서가 그 당시의 느낌보다
훨씬 진화되어 더 깊이 다가 왔다는 것이 더욱 반가왔다.

앞으로 외전을 또 내주실지 (개인적으로는 외전을 한 권 더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그건 모르겠지만 십수년전 국내편을
보던 그 마음 그 정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는
말을 끝으로 감상문을 마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