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
나카무라 진이치 지음, 신유희 옮김 / 위즈덤스타일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제목과 표지를 보자마자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맘 한구석이 뭉클했습니다.

병원에서 몇날 며칠 고생하시다가 제대로 눈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그렇게 보내드렸습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할머니 무릎에서 뛰놀기만 했지,

언젠가 헤어지리라는 생각조자 못 하고 마냥 어리광만 부리다가

죽음에 대한 생각을 그때 처음 해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부모님도 그때의 할아버지 나이가 되었습니다.

막연하게나마 할아버지 때와 같이 부모님과 이별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이 기적적으로 제 손에 들어온 셈입니다.

 

책은 우리 삶의 모든 현장에서, 특히 한 사람의 생이 마무리되는 죽음의 현장에서

의료가 얼마나 과다하게 개입하며, 그 피해가 어떻게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는지를

평생 동안 환자 곁에서 산 노의사의 입으로 생생하게 전합니다.

 

알게 모르게 우리 삶의 모든 문제를 의사의 손에 의존해왔음을 새삼 느끼며

참 무서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의사는 내 생명을 맡길 만큼 믿을 수 있는 존재일까요?

요즘의 병원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요?

 

많은 질문들이 스쳐지나갑니다.

 

또한 죽음의 순간을 늘 염두에 두고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 정말 와 닿았습니다.

스스로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고, 본인이 맞이하고 싶은 마지막을 계획하다 보면

지금 삶에 더욱 충실해질 수 있겠지요.

 

그렇게 스스로 준비한 품위 있는 죽음으로 인생을 완성하자는 메시지는 어찌 보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관심 밖에 두고 살아왔던 문제입니다.

 

늦기 전에 부모님을 더 많이 찾아뵙고, 이 책을 함께 읽으며 하나하나 이야기해볼 생각입니다.

특히 책에 나온 생전 장례식(고별식)’이나 엔딩 노트 작성, 그리고 원하는 의료의

형태를 미리 결정해두는 사전의료의향서등은 저도 반드시 해보고 싶은 일입니다.

 

이 책을 몰랐다면 아마 또 한 번 부모님과 후회로 가득한 이별을 했을 테고, 저 또한 아무런

준비 없이 죽음의 순간을 했겠지요. 그리고 남들처럼 나이 들면서 조그마한 건강 이상

징후라도 보이면 일희일비하며 불안하게 살아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기에 왠지 든든해지고 겁이 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더,

조금이라도 빨리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추천의 글을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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