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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통에 맞추어 드립니다 - 일본 진보초의 미래식당 이야기
고바야시 세카이 지음, 이자영 옮김 / 콤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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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진보초라는 지역의 한 식당에 관한 책이다. 이 식당은 한 사람이 운영하고 있다. 종업원은, ‘여러명’이 다. 단순히 여러 명이 아닌 매일, 그것도 한 시간에 한 번씩 바뀌는 구조이다. 50분 동안 식당일을 도와주면 한 끼 식사를 무료로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 식당의 이름은 ‘미래식당’. 매출액의 약 29%가 원가 이고 한 끼당 900엔(약 9천원)이니 운영자입장에서는 종업원 한 사람 당 임금을 그만큼 줄일 수도 있다. 이 운영방식에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있는데 이는 책으로 확인하시길. 내가 주목한 부분은 청소방법이다. 누구나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난 이 부분이 정말 획기적으로 느껴져 소개하는 바이다. 식당내부 청소용 행주를 쥐어 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청소하고 싶은 곳을 닦아 주세요.” 이 곳 종업원의 조건이 한 번쯤 이 식당을 손 님으로 이용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어야 하는데, 손님으 로 이용했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운영자와는 조 금 다를 수 있고 저마다 개인의 경험도 다양하니 행주 가 닿지 않은 부분이 거의 없다는 거다. 즉, “테이블과 트레이를 닦아 주세요.”라고 하면 테이블과 트레이만 깨끗한 식당이 된다는 거다. 이와는 다르게 종업원들은 식당을 이용하며 아쉬었던 부분들을 청소하게 되는데 예를들면, 누구는 테이블 위에 비치된 소스용기가 신경 쓰였을 테고 누구는 테이블의 측면이, 누구는 주방에 서있는 조리사의 시선이 닿지않는 뒤쪽이 보일 것이다. 이러면 매일 닦지 않아도 구석구석 깨끗한 부분이 많아 져 전체적으로 깨끗한 이미지의 식당이 될 수 밖에 없 다. 맡기는 거다. 나 혼자 꾸려가겠다는 욕심이 배제된,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자율적으로 임무들을 맡겼기 에 가능한 현상이다. 가장 구석진 곳에 본인 책상이 있 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 관리자나 임원들이 기본적으로 지녀야 할 덕목이다. 이미 자기 사무실에 들어온 직원 들은 어느 정도 검증이 되어 있으니 그들의 자유의사에 맡겨 함께 움직여 함께 성과를 이루는 사무실이 되어야 한다. 각자 주인의식이 생겨 강요받지 않은 순수한 책 임감과 의무감으로 일의 능률도 오르고 개인간의 유대 의 결속과 더불어 상하관계의 폭이 두터워져 탄탄한 조 직력이 갖추어진 베스트팀이 되는거다. 이상적 모델이 아니다. 그저 믿고 맡기는 마음만 선행된다면 저절로 그리 되어가는 ‘현상’이다. 스스로 自에 그러할 然, 우 리 인간이 가장 동경해야할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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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Liam Gallagher - C'mon You Know [Deluxe]
리암 갤러거 (Liam Gallagher) 노래 / Warner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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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주 오랜만에 나를 한 시간 동안 한 곳에 앉혀 둔 앨범을 리뷰씩이나 해 보고자 손가락을 들었다. 1999년 레드핫칠리페퍼스의 Californication 이후 처음이다. 와, 리암이다. 리암이 다시 또 돌아왔다. 오아시스에서 노엘이 떠나고 남은 멤버들이 비디아이를 결성해 투어를 하는가싶더니 그마저 흩어지고 혼자 남은 리암이 몇 해 전 Wall Of Glass로 돌아온 뒤로 다시 이 앨범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WOG는 전형적인 리암식 로큰롤이라 음, 돌아왔군 이 정도였던 반면, 이번 '있잖아(C' mon You Know)'는, 자, 표현 들어간다ㅡ리암이 어느 날 동네 형아랑 셀프샐러드바에 들어갔는데 이 형아가 리암을 앉혀두고 자기 먹고 싶은 채소만 잔뜩 담아왔더니 리암은 '리암'이라는 소스를 그 채소들 위에 잔뜩 드레싱 해 놓고는 "형, 난 이렇게 먹을래."라고 소근거린 후 한참을 그 형아와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동안 그 소스가 어느새 그릇 밑바닥까지 내려 앉았고, 그걸 한 입 먹어본 동네형아가 그 맛에 흡족해 리암을 말없이 안아 주었데 그 둘의 품에서 솔솔 풍기는 온기가ㅡ 리암이 이번 앨범으로 돌아온 의미가 전과는 다른 분위기마저 감지될 정도다. 물론, 그 둘이 앉아있는 식당은 로큰롤이라는 병풍으로 둘러져 있다. 리암의 목소리에는 그루브와 솔이라는 기름기가 애초에 전혀 없는 로커의 그것이다. 그런 그가 이렇게 말랑말랑한, 거의 팝에 가까운 음식에 그 묵직한 포크를 올려 놓으니, 더이상 오아시스라는 향수가 이제 단종되어도 좋을만큼, '완성'되어 돌아온 것이다. 난 이제 그가 랩이나 트롯을 한다고 해도 따뜻하게 안아줄 준비가 돼 있다. 그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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