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현재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은 <나무의 시ㅡ간>이다. 시 ㅡ간, 거의 다 읽어가지만 기대했던 詩는 없다. 다만 일 생 나무를 다룬 화려한 이력을 쌓은 저자의 독서력에 감탄하며 한 장 한 장 흥미와 호기심으로 책장을 넘기 고 있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 그의 나무를 품은 생애 자체가, 이 책 한 권이 하나의 詩로 완성되어 독자로 하 여금 마음 속에 한 그루 나무를 심게 할 듯 하다.
저자는 나무를 찾아 지구 곳곳을 여행하며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체득하며 소화한 것을 인문학의 형식을 빌려 독자들에게 이야기처럼 들려 준다. 나무 이야기, 이것 꽤 재미있다. 그도그럴것이, 우리 주변에 나무가 없는 곳이 없다. 주위를 둘러 보면 온통 나무다. 우리 가정 내의 대부분의 가구들은 나무로 제작되었고 값이 나가는 가전제품들의 마감은 고급수종의 값비싼 나무 를 재단하여 그 자태를 뽐낸다. 뿐만 아니라 관악기와 현악기 등 음악에도 나무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부분이 없고 도마나 그릇 등 식생활에도 함께하며, 무엇보다 우리가 걷는 길에도 삼삼오오 군락을 이루어 인간의 눈 을 통해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 주는 것도 다름 아닌 나 무다. 캐나다나 레바논 등의 국기를 보라. 단풍나무의 역사와 그 궤를 함께 해오는 캐나다의 국기에는 단풍문 양이 새겨져 있다. 이들 나라 외에도 나무의 영향을 받 지 않은 역사를 지닌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해도 무리 가 없을 정도다. 우리나라 국토의 63%는 나무가 오래 잘 자랄 수 있는 산림지역이다. 세계 4위의 규모다. 심 지어 우리나라 이름이 들어간 학명을 가진 나무도 있는 데, 시대에 따라 고급수종으로 미국이나 유럽에서 종종 찾기도 한다고.
내 방을 둘러 보았다. 이사하고 새집에 들인 가구들 중 구매자가 직접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게 재단된 나무 들을 주문했던 것들인데, 아무래도 저가의 제품들이다 보니 그 짜임새가 조악하기 이를 데 없다. 에르메스와 같은 브랜드에서 사과나무 등으로 만드는 가구들을 집 안에 들이고 흡족해 하는 기업총수들의 마음이 헤아려 진다. 언젠가 인사동을 일없이 쏘다니다가 내 생일선물 로 산,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물고기를 서랍 속에서 찾 았다. 이걸 목에 걸고 다닐 때가 있었다. 나무를 ‘품고’ 다닌 셈이다. 나도 나무를 가까이 할 줄 아는 인격이 있 었다니. 이 책은, 읽기도 전에 아주 오래 전부터 내게 마법을 걸어 왔던 것처럼 나무 안에 감히 자리를 잡고 누워 나무가 나오는 꿈을 꾸게 한다. 너무 감상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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