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 - 열일곱 꽃다운친구들의 갭이어 이야기
이수진.정신실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병으로 대표되는 중딩이들과 함께 한 지 6년째가 되어간다.

내가 맡고 있는 이 아이들은 사실, 엄청 모나거나, 흔히 말해 말썽 부리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행복해보이지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몇몇 아이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길들을 선택해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냥 학원에 가고 그냥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지 사실 적성을 찾는 것이라기 보다 좋은 직업, 그나마 자신에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은 아닐까? 내가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대학에 가게 되면 알까? 일부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전과하고, 다시 편입하고 자신의 전공과는 상관없는 일들을 하는 대부분의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받아온 교육에 대해서 질문들을 던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 듯이 월화수목금금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잠시, 멈춤을 허락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틀, 그 레인(lane)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길에서 잠시 벗어나, 전체를 볼 때 무엇을 위한 경주인지 보게 된다.

학교의 본질은 무엇일까? 공부가 무엇일까? 대학은 취업을 위한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공장제품을 찍어내듯, 똑같은 욕망, 똑같은 기준, 똑같은 목표를 향해서 살아가는 인간을 만들어 낸다면.. 그것은 우리의 직무유기가 아닐까

 

아이들은 무의미해 보이는, 시간낭비인 것 같은 그 시간들을 통해서 자란다.

갓난아기의 시절, 먹고, 자고, 똥 싸고 하는 그 시간들을 통해서 아이들은 하루 하루가 다르다고 할 정도로 자라간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잠을 자는 시간들을 통해서 인간은 깨어 있는 시간보다 더 많이 자라간다.

  이 책, “학교의 시계가 멈춰도 아이들은 자란다.”의 주인공들처럼 1년의 방학, 잠을 자는 시간은 효율성의 관점, 한국의 교육풍토에서는 낭비하는 시간,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것 같다. 선뜻 그 길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꼭 필요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요즘 더 많이 드는 것 같다. 결국 중고등학생 시절, 자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고 그냥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서 움직이던 아이들이 그들이 원하던, 부모들이 원하던 대학에 들어가서 휴학을 하고, 미쳐 마치지 못한 방황을 시작하는 것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면, 미리 한 템포 쉬어가는 것이 꼭 낭비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꽃친(꽃다운 친구들)의 모습은 스카이캐슬로 대표되는 주류가치를 향한 욕망을 품고 폭주하는 한국사회에 물맷돌 들고 선 다윗의 모습처럼 보인다나답게 살기멋진 말이지만, 세상의 규정에 따르지 않고 하나님이 자신에게 주신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많은 에너지와 수고가 뒤따르는 일이다. 세상의 북소리에 맞춰 살아가는 꼭두각시의 삶을 멈추고, 자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나답게 살아가는 일. 그것을 위해서 멍 때리는 시간, 잠시 멈추는 그 시간이 필요하다.

 다 꽃친을 해야 하고, 1년의 시간을 의무적으로 갖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며 말로는 자녀의 행복을 말하면서, 점점 행복과 멀어지는 길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부모와 자녀 모두가 수많은 돈과 에너지, 생명을 바쳐서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멈춰서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어찌 청소년들에게만 필요할까? 곳곳에서 잠시, 멈춤을 갖는 어른들이 늘어나는 듯 하다.

나에게도 잠시 멈추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