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 조금 멀찍이 떨어져 마침내, 상처의 고리를 끊어낸 마음 치유기
원정미 지음 / 서사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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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내 머릿속에 기억나는 건 초등학교 시절에는 마음이 평온했다는 느낌이다.



분명 고학년 때부터 불안의 바람이 서서히 불어오기 시작했지만, 바람이 부는 줄 몰랐다. 심지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 바람은 마치 가을날에 부는 기분 좋은 바람 정도라고 여겼으니까.



그럼에도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을 되돌아보면, 무언가를 하는 행위 자체가 좋았다. 다만 그땐 안 해도 괜찮았고 해도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또래 관계에 대해 어려움을 겪고 나서 나는 항상 긴장 상태에 있었다. 어디선가 나의 험담을 늘어놓고 있을 거라고 여겼고 심지어 앞에서 간접적으로 험담하는 친구도 있었으니까.



그래서 열심히 살았다. 열심히 하지 않는 내가 되었을 때 버림받을까 봐.



이러한 경험은 아무것도 안 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더욱 두드러진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기 너무 힘들며, 자괴감과 수치심이라는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드는 부정적 감정이 너무나도 싫었고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가득했었다.




사람들이 부정적 감정 표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감정'과 '행동'을 혼동하기 때문이다.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면 우리는 훨씬 더 평안한 삶을 살 수 있다. 감정은 감정일 뿐이다. 개인이 처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본능적으로 나오는 반응인 것이다.



이때 아이에게 심한 말을 하거나 체벌하는 '행동'이 문제다. 그 상황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그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나쁜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감정은 늘 이랬다저랬다 한다. 그러니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 185~186


출처 입력


나의 부정적인 감정은 나쁘지 않다는 걸 인정하게 된 건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예전에는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나의 모습이 답답해서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적도 많다. 하지만 나의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은 "'실수하기 싫다'라는 욕망에서 비롯되었다"라는 문장이 머릿속에 강렬히 떠올랐고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고 깨우친 순간 그동안 가졌던 부정적 감정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다고 부정적 감정이 아예 안 드는 건 아니다. 여전히 일하면서 실수를 하면 자책하고 자괴감이 들곤 한다. 하지만 그 감정이 오래가진 않는다. 그날 당일에는 계속 떠오르곤 하지만 잠자고 나면 괜찮아지곤 한다.



그렇게 나를 이해하고 나니, 부모님의 모습이, 형제자매의 모습이 이해가 됐다. 어릴 때만큼 억울함이 오래 지속되진 않는다. 더불어 그들의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나서야 내가 가족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분노, 억울함 등 감정이 섞여있는 채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내가 마음의 상처를 받은 당시의 상황과 맥락을.



그리고 상대방의 마음의 상처를, 내가 그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면 이유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책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는 저자 원정미는 가족에게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상담을 배우면서 그 상처들을 치유가 되었다고 한다.



이책은 자신의 받은 상처를 덤덤히 풀어낸다. 이번에 책을 읽으며 난생 처음 겪어보는 경험도 해봤는데, 똑같은 글자로 쓴 책이지만 작가와 내용에 따라 글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앞서 읽은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는 마치 털털한 소녀스러움이 가득했다면 가족이지만 타인입니다는 차분한 어조가 확실히 두드러졌다.



특히 이책은 과거 jtbc에서 방영한 '아는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라는 드라마가 떠오르게 한다.




방영 당시에는 보지 않았지만, 보면서 정말 많이 눈물을 흘렸던 드라마였다. 해당 드라마를 보며 가족간에도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기도 하고, 나의 가족을 생각했을 때 정말 아는게 없구나 인지하게 된 순간이었다.



특히 말하지 않았기에 더 큰 상처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을.



과거에는 상처를 주는 부모, 가족이 정말 잘못되었다고 여겼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게 아니다. 어떤 가족이든 상처를 받을 수 있고 줄 수 있다. 그렇다고 상처를 주는 게 정당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상처를 줬다고 해서 최악의 부모가, 최악의 형제자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실을 살아가기에 급급해서 나도 모르는 새에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은 것이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해서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상처에 대한 태도다.



상처에 대해 네가 잘못했네, 내가 잘못했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먼저 상처를 받은 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그다음 그 상황에서 왜 상처를 받았는지 이유를 찾은 다음, 상대방은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떠올려보면 상처가 조금씩 조금씩 아무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다.



이후 가족에게 과거 내가 받은 상처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 상처를 다시 마주해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이런저런 걸 해봐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처는 있다. 이해한다고 해서 다 용서해야 되는 건 아니니까. 용서하지 않아도 된다. 이해만 되더라도 상처는 아무니까.





해당도서는 컬처블룸의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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