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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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니에 씨가 건넸다는 그 말에 대해서 할머니는 대명사 두 개와 동사 한 개라고만 적어놨으므로 그 안에 감춰진 말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그것은 어쩌면 "당신을 기다릴게요 Je vous attendrai"일 수도 있고, "그리울 거예요Vous me manquerez"일 수도 있고, 내가 상상하는 것처럼 "사랑해요Je vous aime"일 수도 있지만 그 말이 진짜로 무엇이었는지 나로서는 영영 알 길이 없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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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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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면 가지런히 빗어 넘겼던 우리의 머리카락이 기분좋게 뒤엉켰고, 잔물결이 일렁이는 수면 위로 새하얀 아카시아 꽃잎들이 떨어지곤 했다. 새털처럼 가볍게 부유하던 꽃잎들. 연두색 나뭇잎 사이로 너울대던 초여름의 빛.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밀어를 주고받듯 서로 속삭였고, 순백의 아카시아 꽃송이들이 흔들릴 때마다 사방은 향기로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달콤한 항에 혼곤히 취해 있다보면 오후는 더없이 느리게 흘렀고 나는 쉽게 무한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우리의 맨종아리를 간지럽히던 싱그러운 연초록빛의 풀들.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던 나비들. 유속이 느린 수면 가까이에서 천천히 날다가 순식간에 저만치 솟구치던 작은 새들. 다미의 말에 얼마만큼의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미가 들려주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였으니까.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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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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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살고 싶다〉는 바람에 걸려 넘어질 때가 있다. 넘어지면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주저앉아 한참을 울어야 일어날 수 있다. 나이 들면 괜찮아질까 덜 넘어질까 기대했는데, 나이 들수록 더 깊이 넘어지고 일어날 때마다 겸연쩍다. 삶과 죽음 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 중얼거리면서 시스템 종료 대신 다시 시작을 누르는 순간들. 매일 생각한다. 매우 사랑하면서도 겁내는 것이다. 이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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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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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 있고 내가 어디 있는지 모르도록 복잡해지고 어지러워질 것이다. 그게 우주의 법칙이니까. 그런 세상을 같이 살면 좋았잖아. 네가 거기 있어서 내가 여기 있다고 서로의 방향을 헤아려 주면 좋았잖아. 너를 보면서 나를 확인할 수 있으면, 같이 비를 맞았으면 좋았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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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테이크아웃 10
최진영 지음, 변영근 그림 / 미메시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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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행복하려고 안달이지. 난 그게 끔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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