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빌라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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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이 불면 가지런히 빗어 넘겼던 우리의 머리카락이 기분좋게 뒤엉켰고, 잔물결이 일렁이는 수면 위로 새하얀 아카시아 꽃잎들이 떨어지곤 했다. 새털처럼 가볍게 부유하던 꽃잎들. 연두색 나뭇잎 사이로 너울대던 초여름의 빛. 바람이 불면 나뭇잎들이 밀어를 주고받듯 서로 속삭였고, 순백의 아카시아 꽃송이들이 흔들릴 때마다 사방은 향기로 가득 차올랐다. 그렇게 달콤한 항에 혼곤히 취해 있다보면 오후는 더없이 느리게 흘렀고 나는 쉽게 무한 같은 것들을 떠올렸다. 우리의 맨종아리를 간지럽히던 싱그러운 연초록빛의 풀들. 햇살에 투명하게 반짝이던 나비들. 유속이 느린 수면 가까이에서 천천히 날다가 순식간에 저만치 솟구치던 작은 새들. 다미의 말에 얼마만큼의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는지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다미가 들려주는 것은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였으니까.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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