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X에게 - 편지로 씌어진 소설
존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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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텅 빈 밤에 ‘사랑해요‘ 라고 말하고 나면, 커다란 무언가가 내게 찾아오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침묵은 언제나 처럼 압도적이죠. 내가 받는 것은 당신의 응답이 아니에요. 있는 건 항상 나의 말뿐이었죠. 하지만 나는 채워져요. 무엇으로 채워지는 걸까요. 포기가 포기를 하는 사람에게 하나의 선물이 되는 것은 왜일까요. 그걸 이해한다면, 우리에겐 두려움도 없을 거예요, 야 누르,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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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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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내 부모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수없이 다짐하고 어렵게 감행했던 일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들, 사람들의 미움과 분노를 불러오는 일들. 그런 일들이라는 게 늘 뭔가를 바꾸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항복하듯 두 손을 들고 침묵하는 편에 서게 되는 이유가 있다고 말입니다. 젊은 날의 결기나 기개 같은 것들은 스러지기 마련이고 나 역시 예외가 아닐 거라고 말입니다.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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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나의 자서전 - 김혜진 소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4
김혜진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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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이 무엇이든 그건 남일동에 살지않는 사람이 가질 법한 마음이고, 결국엔 흔한 동정심이나 위선에 불과하다고 폄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 밤 나는 정말 없애고 싶었습니다.
한 사람 안에 한번 똬리를 틀면 이쪽과 저쪽, 안과 밖의 경계를 세우고, 악착같이 그 경계를 넘어서게 만들던 불안을, 못 본 척하고, 물러서게하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게 하는 두려움을. 오래전 남일동이 내 부모의 가슴속에 드리우고 나에게까지 이어져왔던 그 깊고 어두운 그늘을 정 말이지 지워버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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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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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유일하게 사치를 부릴 수 있는 영역이고 내가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영역이었다. 커피는 내가 나를 사랑하고 대접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이다. 커피는 민주적이다. 커피는 쉽게 손을 내밀어준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는 내가 발을 반쯤 걸치고 삶의 여유를 꿈꿔볼 수 있게 한다. 커피마저 없다면내 삶은 무미건조하고 비참해질 것이다. 커피는 아무것도 아니므로 거기에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오늘도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앉아 혼자 공상에 잠긴다. 내게 커피는 담배, 영화, 시, 산책, 연애, 술, 농담, 그림자, 새벽, 음악이다. 내겐 그런 사치와 낭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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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담배 말들의 흐름 1
정은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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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도약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면서 때때로 마음의 여유에 대해 생각한다. 커피를 마시는 허상의 이미지에 자신을 담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하지만 때때로 커피는 내가 지금 바로 여기에 있다는 걸 완벽하게 느끼게 한다. 그 순간은 내가 만들어낸 ‘커피를 마시는 나의 이미지를 넘어서는 것 이다. 커피는 내 몸으로 감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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