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정용준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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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였어. 좋은 것도 그렇게 표현했고 나쁜 것도 그렇게 표현했지. 나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 하지만 그는 반대로 내 말투가 무미건조하다고 싫어하더군. 나는 대부분의 감상을 나쁘지 않다‘라고 말했거든. 나중엔 이것이 문화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우린 자주 그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의 말버릇을 흉내내며 말장난을 즐겼지. 나중에는 서로 조금씩 노력하자고 합의했어. 나는 분명하고 명확하게 말하기로, 그는 과장하거나 비약하지 않고 표현하기로, 그랬는데, 지금은 그 약속을 후회해. 그 친구를 내버려둬야 했어. 그랬으면 정말로 죽고 싶어졌을 때 ‘죽고 싶다’라고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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