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매캐한 냄새 사이로 머리를 어지럽히는 장미향이 섞여들었다. 향기 속에서 그녀는 잊고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카페 뮐러가 등장하는 그 영화를 본 후 극장 근처의 4층짜리카페에서 오렌지 아이스티를 마셨던 어떤 오후를, 반짝이던 유리컵, 향긋했던 오렌지 조각, 투명하게 찰랑거리던 각얼음, 깊고 맑은 하늘이 펼쳐진 창가의 자리에서 한나는 영화 속의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사랑이 아니지, 그런 게 어떻게 사랑이야."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이지? 그녀는 생각했다. 남자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느릿느릿 국수를 먹기 시작하고, 영원처럼 정지한 듯한 풍경 위로 헐벗은 그림자가 침묵 속에 간혹 움직였다. 나는 사랑을 몰라. 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