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기행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9
김승옥 지음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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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로 거짓말은 하지 말기로 해." "거짓말이 아니에요." 여자는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어떤 갠 날」 불러 드릴게요." "그렇지만 오늘은 흐린걸." 나는 「어떤 갠 날」의 그 이별을 생각하며 말했다. 흐린 날엔 사람들은 헤어지지 말기로 하자.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가까이 가까이 좀 더 가까이 끌어당겨 주기로 하자. 나는 그 여자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랑한다‘라는 그 국어의 어색함이 그렇게 말하고 싶은 나의 충동을 쫓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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