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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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동인은 무엇일까? 


  우리 삶에는 삶의 동인이 있다. 나름의 삶의 동기를 갖고 산다. 어떤 이는 두려움으로, 어떤 이는 성취를 위해. 어떤 이는 또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그리고 어떤 이는 책임감으로. 다양한 삶의 동기가 있다. 책을 보면서 그러한 생각을 했다. 릴라의 결혼식 이후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2권은 릴라와 레누의 결혼 이야기이자, 그들의 청년기이기도 하다. 릴라는 임신을 했다가 유산, 식료품 가게를 새로 맡게 이야기, 레누는 릴라의 결혼식 이후 안토니아와 친밀해지지만 헤어지고, 소홀했던 공부에도 다시 열심을 내며 갈리아니 선생님의 파티에 초대받고서는 새로운 삶의 동인을 얻게 된다. 레누는 그런 그의 삶의 동인을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다. “릴라의 결혼식 이후에 시작된 기나긴 정체기가 끝났다는 것을 나는 갑자기 깨달았다.”(215) 레누의 삶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가난이라는 누더기는 그의 삶에 수시로 등장하지만, 그래도 그는 끊임없이 공부와 의식, 깨달음 등으로 나아간다. 반면 릴라는 결혼 이후 막다른 길로 접어든다. 그가 기대했던 결혼이 아니었음을, 깨고보니 자신이 여기까지 왔는지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자신의 결정들을 보게 된다. 절정은 새롭게 오픈하는 구둣방에 전시되는 자신의 만삭이 사진에 저지르는 일종의 자해와 같은 퍼포먼스로 드러난다. “… 릴라는 커져만 가는 참을 없는 느낌과 갈수록 자신을 압박해오는 온몸을 으스러뜨릴 같은 엄청난 힘에 압도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느낌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지배적인 것이 되었다. 라파엘라 카라치는 제압당해 형체를 잃고 스테파노의 모습에 융해되어 그의 종속적인 존재인 카라치 부인이 것이다.”(168) 둘의 삶의 동인은 다르다. 릴라가 저항과 자기파괴, 행동주의라고 명명한다면, 레누는 순종과 깨달음을 통한 자기성숙, 묵상주의라고 이름 붙일만하다


  나는 어떤 삶의 동인으로 살고 있는가? 하루 하루를 사는거? 평범의 비범. 마치 전도서에 나오는 문구처럼 말이다. " 헛된 평생의 모든 하나님이 아래에서 네게 주신 모든 헛된 날에 네가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즐겁게 살지어다 그것이 네가 평생에 아래에서 수고하고 얻은 몫이니라”(10:9)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야말로 실은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해줘야겠어. 멋진 문장이야. 릴라가 좋아하겠는걸. 가질 것을 가진 릴라야말로 정말 운이 좋은 거지…’”(152) 루소의 말을 인용한 부분은 평범이 비범이 되는 순간을 말해준다. 우리 삶의 동인은 어쩌면 이러한 평범의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를 새롭게 깨닫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순간 나의 또한 평범한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는 어느 어염집 아낙처럼, 노동의 수고로 가장의 몫을 다하는 노동자의 하루처럼 그렇게 지나간다. 그렇지만 삶의 일상이 얼마나 귀한지를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그건 어쩌면 성숙인지도 모르겠다. “ 모습에서 갑자기 어머니의 모습이 나타날까봐 언제나 두려웠다. 그날은 우리 동네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어머니들은 신경질적이고 남편의 말에 무조건 복종하는 존재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놀랍게도 그때 당시 이들의 나이는 기껏해야 나보다 살에서 스무 정도 많은 정도였다. 그런데도 여성스러운 매력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소녀 시절에 옷이며 화장으로 그토록 뽐내고 싶어 했던 여성성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어머니들은 남편과 아버지와 남자 형제들의 육신에 잠식되어 날이 갈수록 외모까지도 그들을 닮아갔다. 그렇지 않더라도 노동으로 노쇠하거나 병을 얻어 여성성을 잃어갔다.”(137) 우리 삶의 동인, 어쩌면 이러한 아스라히 스러져감을 받아들이는 , 그것이 삶의 동인은 아닐까! 성숙함, 넉넉함을 갖추는 . 삶이 뜻대로 되지 않아도 받아들이는 과정. 실로 대단했던 가능성의 10대를 보내고 나서 20대를 맞이한 이들의 이야기가 한편으로 인생의 무게에 대한 깨우침으로 다가온다. 책에서 마이클 야코넬리의 <뒤엉킨 영성>(최근에는 <B 인생에 찾아오신 하나님>으로 개정되어 나왔다)에서 말하는엉망진창속에 드러나는 진가를 보게 된다.


  햇살 좋은 9월의 아침. 인생이란 어쩌면 타자의 존재됨과 인생이 뜻대로 되는 아닌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아닐까!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우리 인생의 성숙의 과정 속에 평범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나의 초등 자녀들이 학교에 등교하고, 아내는 이제 중학교 자유학기제 수업을 위해 출근하고, 나는 인생의 의미를 되새김질하며 삶의 동인을 음미해본다. 인정과 두려움, 칭찬과 불안, 성취와 부르심 사이에서 나는 평범의 비범을 오늘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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