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용서해야 하는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 지음, 원마루 옮김 / 포이에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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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술꾼이셨다. 하루도 술을 안드시면 안되시는 줄 알았다. 고등학교 시절 아버지가 오실 시간이 넘었는데도 돌아오시지 않으시면 어김없이 찾아나서야했다. 길가에 앉아계신 날들이 다반사였다. 나는 왜 이런 가정에 태어났을까 싶기도 했다. 싫었다. 고3때는 남들 다들 고3이라고 집에서 배려해주는 것까지는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다만 아버지가 술을 좀 덜 드시기만을 바랬다. 바람은 바람으로만 끝났다. 대학생이 되고, 주님 앞에서 내가 용서되었을 때에야 나는 아버지가 용서가 되었다. 아버지의 그 설음의 시간이 새로이 보였고, 육체 노동의 한계와 관계 속에서의 치임을 새로이 보게 되었다. 그리고 형제 관계 속에서의 부침과 아버지 본인 스스로의 장남으로서의 책임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할 수 있는 것이 “사랑합니다!”라고 안아드리는 것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스스로를 용서했던 그 길에 아버지를 세워놓고는 아버지 역시 용서했다. 나를 이 가정에 태어나게 한 것이 그저 한 번 고생하라는 것이 아니라 나를 통해서 새로운 미래를, 희망을 써 내려가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게 되었다. 예레미야의 말씀이 그때는 참으로 위로가 되었다.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너희를 향한 나의 생각을 내가 아나니 평안이요 재앙이 아니니라 너희에게 미래와 희망을 주는 것이니라”(렘29:11)

 

삼푸투는 술에 마약쟁이였습니다. 그는 하루도 술없이는 지내지 못했습니다. 그의 친구 빈센트가 자신의 부모님을 죽였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르완다의 투치족이었던 삼푸투는 친구인 후투족 빈센트가 자신의 부모를 죽이는 일에 동참한 것으로 인해 삶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그 일로 9년 동안 정신이 나간 채 지냈습니다. 그리고 태어난 아기 클라디아가 장애가 있는 것으로 인해 급기야 아내와도 헤어졌습니다. 그는 세계 최고의 뮤지션이었지만 술과 마약으로 감옥을 오갔고, 그의 삶은 재앙으로 점철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모세라는 한 전도자를 만남으로 인해 예수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는 하나님으로부터 용서하라는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가 빈센트를 용서함으로 인해 빈센트는 자기 죄를 뉘우쳤고 자신을 용서하였습니다. 또한 그의 아내와 자녀들도 아버지를 용서했습니다. 용서의 힘은 그의 가족 또한 다시 하나되게 했습니다. 그의 아내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가 당시을 용서한 게 아니야 당신을 용서한 건 하나님이야.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나님이 삼푸투를 통해 당신을 용서했다면, 나도 당신을 용서할 수 있어.”(243쪽)

 

용서는 우리를 세계로 연결시켜준다. 우리 자신의 감옥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감옥은 용서하지 않는 마음과 영혼”(38쪽)이다. “용서가 필요한 이유는 피해자와 가해자 둘 다 같은 어둠 속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어둠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는 용서뿐이다.”(163쪽) “용서는 새롭게 출발하는 데 필요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기폭제다.”(70쪽) 이 책 곳곳에 펼쳐져 있는 용서와 관련된 에피소드들은 용서가 우리 삶에 얼마나 필요한지, 또한 복수하는 삶이 우리 삶에 얼마나 편만한지를 보여준다. 그것은 세계의 문제이며, 현실이다. 그러한 가운데 우리로 하여금 나의 한계와 자신의 감옥에서 벗어나 세계와 화해하며 자신을 용서할 뿐 아니라 세계를 사랑하게 해주는 방법임을 힘주어 말한다. 폴 투르니에가 인격의학이라는 것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회복하려 했듯이, 저자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는 용서가 이 땅을 새롭게 하는 열쇠임을 전해준다. 저자의 세계 곳곳의 이야기는 우리로 하여금 나의 자리를 다시 돌아보게 해준다. “용서는 평화와 행복으로 가는 문이다.”(13쪽) 또한 “용서는 선물”이다. 그 선물을 받아 누리는 것은 우리의 결단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결단으로 이끌어주는 징검다리들을 잔뜩 놓아두고 있다. 읽다보면 눈시울이 시큰거린다. 그러면서 새롭게 다짐하게 된다. 읽다보면 언제 용서라는 은혜의 폭탄이 터질지 알 수 없다. 그 선물을 받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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