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나님은 어디 계셨는가 - 세월호와 기독교 신앙의 과제
박영식 지음 / 새물결플러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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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은 거짓말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질병에 걸릴 수 있는가? 신은 죽을 수 있는가? 2) 또한 신은 네모난 삼각형을 만들 수 있는가? 아니면 신은 자신이 들 수 없는 무거운 돌을 만들 수 있는가?”(159쪽)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는 왜 일어났는가?", "그 때 왜 다 구조하지 못했는가?"… "아니 다는 아니더라도 왜 최선을 다해 대처하지 못했는가?" … 질문은 질문을 낳고, 아니 끊임없이 쏟아지는 내 속의 회의는 이 땅 한국에 대한 회의이자, 한국 땅의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질문의 날끝은 내게 다시 향한다. "너는 뭐했는가?"고… 할말이 없어진다. 그렇다면 "그날, 하나님은 뭐하셨나요?"라고 되묻는다. 회피이자 책임전가, 또 다른 희생양을 찾는 노력인가? 아니다. 정직한 질문일 따름이다. 삶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묻고 또 묻는 것이다. 그러한 질문의 대답으로 이 책이 나왔다. 

우리가 어쩌지 못하는 삶의 고통, 고난과 악의 문제, 그리고 악한 자들의 형통함과 그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께 묻는다. 저자는 이 책을 그러한 관점에서 풀어낸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학살과 관련한 이야기,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한 이야기… 삶에는 무수한 고통과 악의 문제가 난무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을 요구한다. 그러한 부분에 우리는 쉽게 “하나님의 뜻이 있지~!”라는 대답에 벌써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던가! 그 쉬운 질문과 응답 과정 가운데 전통적인 신학의 답변에 문제가 있음을, 우리가 너무도 쉽게 대답하는 그 대답에 무리가 있음을 경험한다. 그래서 이에 대한 신학적 고찰과 응답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하나님을 더욱 이해하는 과정이자, 이 땅의 삶에 대해 겸허해질 수 밖에 없는 신학의 자리임을 이 책은 담담히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하면서 우리 끊임없이 다시 묻게 된다.  

저자는 하나님의 전능을 약함의 신학으로 풀어내며, 전통적인 신학적 답변의 한계와 아쉬움을 대신한다. 그런 속에 하나님의 전능의 개념을 하나님의 사랑의 속성과 결부시킨다. “아들과 함께 즐겁게 놀기 위해 스스로 약해지고 무능해질 수 있는 아빠야말로 위대한 힘을 지닌 아빠가 아닐까?”(126쪽) 전능하시기에 오히려 약해지실 수 있으며,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빌2:5)를 입고 그 죄를 대신하신, 그리고 아들을 주시고 그 아들의 죽음을 묵묵히 지켜보신 그 분. 그러하기에 당신은 우리의 고통 가운데도 함께하실 수 있으심을… 그 약함의 신학은 오히려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하나님을 가까이 계시며 여기 계시고 또 위로받은 내가 또한 그들과 함께 있어줄 수 있음을, 그 능력을 덧입음을 보여준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그저 하나님의 전능과 신비에 맡겨드리는 ‘침묵'과 ‘공감'임을 말한다. “침묵이 하나님의 위로와 답변을 기다리는 시간이라면, 공감은 고통당하는 사람 앞에서 실제로 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다… 너의 고통이 나의 고통이 되고 나아가 우리 자신의 고통이 되는 사건, 그 속에서 고통당하는 자는 홀로 남겨지거나 버려지는 더 지독한 고통에서 해방되어 우리라는 삶의 공간으로 나올 수 있다.”(118-119쪽) 그래서 신학의 위치는 다시 정립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 땅의 신학은 대답의 신학이 아닌, 이 땅에서 신음하며 고통당하는 자들의 질문을 통해 하나님에 대해 질문하고, 또한 하나님께 묻는 질문의 신학이어야 한다.”(140쪽) 그리고 그 신학의 자리에 있어야할 것이 하나 더 있으니 ‘기도'이다. 책 속에 저며든 저자의 기도문을 또박또박 나의 기도로 되내어본다. 

“하나님의 영이시여, 세월호 안에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자들과 함께하셨고, 또한 그들을 위해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하셨던 성령이시여, 지금 여기서 고통당하는 자들을 위해 또한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주소서. 성장 예수 그리스도시여, 홀로 버려지는 아픔을 아시는 주님이시여, 십자가에서 버림받아 고난당하는 자의 모습으로 고통당하는 자들의 손을 꼭 잡아주소서. 성부 하나님이시여, 저항하고 항변하는 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어주소서. 영원히 우리와 함께하실 하나님, 저들을 당신의 품에 고이 안아주소서. 저들을 기억하는 가족과 친지에게 무한한 위로와 용기를 주소서.”(1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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