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청춘
후지와라 신지 지음, 김현영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지와라 신지 - 발의 청춘

1960년대 [맨발의 청춘] 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극장가에 짙은 사랑을 메운 영화를 보진 않았어도 여러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 들었다.
나는 당시 유명배우였던 신성일 엄앵란 주연의 영화가 우리나라 영화로만 알고 있었는데  사실은 일본의 후지와라 신지라는 작가의 [진흙투성이의 순정]이라는
단편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소식을 이책의 문구를 통해 접하게 되어 놀랐었다. 당대의 최고라 일컬을 수 있었던 청춘 로맨스 맨발의 순정이
 소설 원작이였고 그 단편이 담긴 책이 출간 되었다길래  과연 부모님 세대에 한껏 인기를 누렸던 맨발의 청춘의 원작은 어떨까 싶어서 호기심에 첫장을 읽어 나갔다.

 후지와라 신지의 나오키상 수상작 무정한 여자를 더불어 앞서 말한 진흙투성이의 순정을 포함해 총 10편의 짧고 굵은 단편들이 실은 그녀의 단편집중에서
진흙투성이의 순정과 더불어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느낌을 주었던 단편은 바로 제2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무정한 여자]이다.
여기 사랑하는 연인사이인 아이와 오마치가 있다. 두 사람의 진실한 사랑 속에서 아이의 전 남편의 출소 소식이 전해지자 아이는 오마치를 사랑하고 있음에도,
행여 오마치가 화를 당할까봐 걱정하던 아이는 진실을 숨기고 무정하게 돌아선다는 짧막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감정을 숨길 수 밖에 없는 여자 아이의 절절하고 애틋함이 극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인 무정한여자는 짧지만 나에게 큰 인상을 심어 주었다
무정한여자를 더불어  후지와라 신지의 10편의 작품들은 주로 여성들의 인생, 그리고 처해진 여러 환경들을 다양하게 담고 있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첫장을 열기 전까지 풋풋한 사랑이야기를 전했을 것이라는 나의 추측은 빗나가버렸다
단편들을 읽고 있는동안 갑스레 김동인의 감자라는 단편이 떠올랐다. [감자]라는 단편 또한 한여인의 처해진 환경으로 인해 
서서히 타락하는 삶과 죽음을 보여주는데  후지와라 신지의 작품들 또한  환경변화를 통해 여성의 내면과 삶을 신파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돋보이며 50,60년대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생하게 그렸다는 점 또한 이책의 주목할 점이다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 접어드는 경계선같은 시대 상황속, 애절하고 안타깝던 사랑속 여자의 파란만장한 일생들이 아직도 인상이 깊게 남아졌다
 

똑같은 태양빛을 받아도 그들의 세계는 다르다. 아주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칼이 사과 껍질을 깎거나 연필심을 깎을 때 쓰는 도구지만,
그들에게는 사람을 협박하거나 죽일 때 쓰는 도구이자 비뚤어진 용기를 샘솟게 해주는 유용한 물건이다. 사회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거대하고 인생은 너무도 짧아서,
그들이 스스로 자신들의 세계를 느끼고 그곳에 모여 일생을 보내는 것을 쉽사리 허용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무슨 특이하고 이상한 인간인 것은 아니다.
평생 집안의 잡다한 일에 내쫓기는 가정주부나 평생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악착같이 일해야 하는 남자들보다 더 인간적인 여러 감정을
자유롭게 키워나고 있기 때문에 생기가 넘치는 삶을 산다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그들이 낫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집안일에 쫓기는 주부와 일개미 같은
남자들에게는 사회와 신이 평화와 행복을 보장해주고, 그들에게는 위험과 죽음이란 형태로 벌과 회한을 준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그들에게는
그리 큰 고통이 아니다. 고통을 느끼고 깊은 회한에 시달리기에는 거대한 사회 속에 그들을 달래주는 것들이 너무도 많고, 목숨이 너무도 짧으니까.
물론, 그들에게도 예외는 있다. 지로가 그렇다
- 74p 맨발의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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