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이여트
오마르 하이염 지음, 최인화 옮김 / 필요한책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운명같이 한 시집을 마주하게 되었다. 의도하지 않았던 곳에서 예상하지 못한 너무도 좋은 것을 만났다. 한국 땅에서 천년의 사막 속에서 빛나는 보석을 조우한 느낌이랄까. 유명한 시집이지만 나는 처음 알았기에, 로버이여트를 읽을 때 이런 느낌이 들었다.

로바이여트는 로바이라는 고대 페르시아 시의 복수형이다. 지은이 오마르 하이염은 위대한 수학자, 천문학자였다. 오마르 하이염의 4줄 짜리 짧은 시가 주는 무게와 인간 세상의 깊이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준다.

그의 시에서는 종교, 철학, 영웅, 성공, 부와 명예도 하늘을 지나는 구름과 같다. 언젠가는 지나가고 사라질 것을 향해 목매지 말고, 지금 현실에서 삶을 누릴 것을 이야기 한다. 이렇게 말하는 문구 하나하나는 세상에 단 하나 뿐인 인간 존재에 대해 깨우쳐 준다. 사람들이 추구하는 거의 모든 것들은 구름처럼, 바람처럼 언젠가는 스러져가고, 형체도 남지 않는 것이다. 진실은 지금 존재하는 나라는 사람이다. 미래와 과거에 대해 근심하고 집착할 필요 없다. 제일 중요한 것은 나이다.

오마르 하이염의 시에서는 거대한 시공간이 느껴진다. 시 속에 몇 천 년의 역사, 그 속에서 숨쉬고 살았었던 수 많은 사람, 동물, 대기가 숨쉬고 있다. 그 속에서 지금 존재하는 나는 거대한 시공간을 배경으로 서 있는 영화 주인공 같다. 쓸데 없는 생각과 감정을 멈추고, 인간으로서 거대한 우주와 연결되는 느낌이 든다.

로버이여트는 짧은 4줄의 시, 문화적인 차이만 제외한다면 쉬운 단어들로(항아리, , 흙 등) 차마 말로 다 옮길 수 없는 거대한 우주적인 느낌을 주는 시이다. 몇 년 후에 다시 읽어보면 또 다른 느낌을 주고, 다시 몇 년 후에 읽어보면 다를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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