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천재가 된 홍대리 1 (개정판) - 회계와 성장의 비밀 천재가 된 홍대리
손봉석 지음 / 다산북스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또 한 가지 잘못된 편견이 벗겨진다. 나와 상관없는 일이고 복잡하고 골치 아픈 분야라고 여겼던 회계라는 단어가 이토록 쉽게 다가오다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겠지만 난 회계라는 단어와 전혀 무관한 삶을 산 사람이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회계란 단어는 내 삶의 영역에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단어였다. 가정의 재무담당은 아내요, 직장에선 아이들 가르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으니 어쩌면 회계란 내 삶의 영역에 전혀 파고들 여지가 없었다. 아니 내 스스로 회계란 숫자놀음을 전문가인 회계사들의 밥벌이 정도로 여겼다고 함이 옳을 것이다. 오죽했으면 주식투자자들에게 제시되는 기업의 손익대차대조표에서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할까?  


그러나 회계란 그리 멀리 있는 게 아니었다. 어찌 보면 삶이란 것 자체가 회계의 연속이었다. 월급을 받고 그것을 쪼개어 생활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회계가 아닌가? 내 가정의 자산과 비용을 산출해 가장 최적의 상태로 운영하는 것. 그를 바탕으로 자신의 부를 축적해나가는 경제 활동. 이것이 바로 회계란 말에 여태 나의 뇌리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편견이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회계적 측면에서 내 삶을 판단해 볼 때 거의 영점에 가까운 초라한 성적표가 들려진다. 재테크에 늘 관심을 가지면서도 회계란 단어를 멀리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이 책은 이처럼 회계란 단어를 일상의 생활 영역으로 끌어내렸다. 아니 끌어내렸다기보다는 일반인들의 생활속에 이미 내재되어 있음에도 의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인식의 지평으로 끌어냈다는 표현이 맞는 말이다. 이 책으로 인해 회계란 단어는 내 일상의 중요한 부분으로 정착했다. 난 처음으로 내 자산과 생활비용 등을 확실한 원칙에 따라 점검해 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자산 운용을 어떻게 해야 내 가정의 행복을 보장받고, 내 노후를 편안하게 할 수 있을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았다. 주먹구구식 계산법이 아니라 자산과 비용에 따라 철저히 분리하여 나름대로 장래 계획을 세워보았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개인적 차원의 회계 문제라기보다는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회계의 중요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영업 실적이 시원찮은 홍대리가 사장의 돌연사로 행해진 새로운 조직 개편 과정에서 회계 담당부서를 지원한다. 당사자의 능력을 고려한 것이 아니고 개인적으로나 회사차원에서나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이루어진 이동인지라 영업만 해왔던 홍 대리에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생소한 낯선 환경에 놓여진 셈이다. 이제 그에겐 회계라는 새로운 분야를 정복해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홍대리가 수행하는 과제는 곧 독자가 따라가야 할 과제이다. 홍 대리의 앞으로의 행적을 쫓아가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회계의 기초지식을 습득하는 성과를 얻게 된다.  


이 책의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홍대리가 회계에 관한 한 전혀 초짜라는 사실이다. 즉 완전 초보의 입장에서 시작된 홍 대리처럼 독자 또한 회계의 첫 입문자로 간주된다. 그래서 새내기라는 그 경계선을 넘지 않는다. 지루한 숫자놀음이라는 회계에 대한 흔한 편견에 빠지지 않도록 될 수 있는 한 쉽게 설명한다. 어렵고 난해한 용어를 최대한 자제하고 단지 회계의 기본 골격을 잡아갈 뿐이다. 책의 중간 중간 삽입된 회계의 기초 지식도 평이한 일상적 용어로 설명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독자는 다른 회계 용어 사전이나 보조설명서 등 부차적인 도움이 없이도 책을 이해하는데 전혀 지장을 느끼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재미가 있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을 무대로 극적인 스토리가 전개되기 때문에 한 편의 소설을 읽듯이 술술 읽어나간다. 회계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 과정에 내포된 하나의 주제일 뿐이다. 따라서 독자는 지루할 틈이 없다. 이야기는 남편의 돌연사로 졸지에 회사 경영을 맡게 된 아내 최영순 사장이 매각을 강요하는 이사들의 요구에 맞서 회사의 매출 신장을 약속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녀는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신상품을 출시하여 매출 신장을 꾀하지만 회사 운영의 실질적 실세인 두 상무의 농간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그 위기를 홍 대리의 끈질긴 추적과 노력으로 헤쳐 나간다는 줄거리다. 홍 대리의 노력이란 게 바로 회계 문제인 것이다. 바로 상무의 비리 추적과정에서 회사의 경영에 있어 회계의 투명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독자들은 인식하게 될 것이다.  


이제 독자는 홍 대리의 자신감이 내면에 투사됨을 느끼게 된다. 반드시 회계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회계에 대한 기본적인 골격은 세웠을 것이고, 그것이 자신의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산 운용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자신감이 흔들리는 직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세워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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