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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연인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9
D.H. 로렌스 지음, 정상준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평점 :
로렌스는 이미 채털리 부인 하면 떠오르는 작가로 익숙하였다. 하지만 기회가 되지 않아 로렌스를 만나지 못했는데, 이제서야 로렌스의 작품을 읽게 될 기회가 되어 그의 장편소설, [아들과 연인]을 손에 들었다. 이 작품은 1913년 작품으로, 발간 당시 외설적인 묘사 등과 두꺼운 분량으로 인하여 80여 군데 수정 및 삭제가 되어 출간되었다. 그러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무삭제 완간본이 발매가 되기 시작하였고, 본인이 읽은 작품 역시 무삭제 판본이다.
# 제목의 의미
원제는 Sons and Lovers이다. 책의 제목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우선 제목을 살펴 보았다.
아들과 연인이라는 번역도 좋지만, 우선 직역을 먼저 해 보았다. 아들들, 그리고, 연인들.
아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으로 보면, 제목은 '엄마 혹은 아빠'의 시선으로 쓰여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대등한 관계를 나타내는 조사 and가 쓰인 것으로 보아, 연인이라는 것은 아들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낫다고 보았다. 아들의 연인이 아니라, 아들과 연인이기 때문에, 아들이 결국 연인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므로 결국 제목은 '어머니'의 시선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내용도 어머니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작품인 것이었다.
# 아들, 연인
교양 있는 여성인 거트루드는 광부 모렐과 결혼한다. 모렐 부인은 모렐과의 결혼 생활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이것은 결국 남편 모렐을 미워하고 경멸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모렐 부인은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행복과 기대, 이상을 자신의 자식에게 펼치려 하는데, 남편 모렐 대신 장남 윌리엄을 택하여 온갖 사랑을 쏟는다. 즉, 아들이기도 하면서 연인과도 같은 감정을 가지고 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윌리엄은 과도한 사랑을 받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게 된다. 모렐 부인은 자신의 사랑과 행복을 채워 줄 존재로 둘째 아들 폴을 선택하여 사랑을 준다.
폴은 마음이 여리고 수줍은 아이였는데, 어머니의 과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기 중심적인 사람으로 성장을 한다. 다만 폴은 어머니의 이러한 사랑을 잘 받아들였는데, 문제는 폴이 성장을 하면서 발생한다. 폴은 자신보다 한 살 아래인 여성 미리엄과 사귀게 되었는데, 모렐 부인은 자신의 아들을 빼앗는 존재로 미리엄을 규정하여 그녀를 싫어하는 것이다.
폴은 미리엄과의 관계에서 실패를 경험한다. 그리고 유부녀인 클라라와 관계를 맺지만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모렐 부인이 죽자, 폴은 어찌할 줄 모르며 절망에 빠지고, 어떤 여자들과도 결론을 내지 못한다.
# 이렇게 자식 교육이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처음 드는 생각은 '자식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다'라는 점이었다. 모렐 부인은 요즘 말로 폴을 '마마보이'로 키웠다. 자식이 성공도 해보고, 실패도 해보며 다양한 경험을 겪는 것이 중요한데, 모렐 부인은 폴을 과한 사랑을 주어 통제하였다. 폴의 사랑(미리엄)까지도 간섭을 하는 것이 이른바 드라마에서 나올 듯한 장면들이기에 경악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문제는 그로 인해 폴이 사랑이 무엇인지,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사랑이란 육체인지, 정신인지, 둘 다인지, 소유인지, 자유인지, 폴은 그 속에서 방황을 한다. 정신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리엄을 보고 분노하였으며, 심지어는 육체성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클라라에게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방황하는 폴은 결국 어머니의 비뚤어진 사랑으로 인하여 사랑을 배울 수 없었다는 것이다. 어머니와의 사랑만이 유일한 사랑의 진리라고 착각을 하는 것인데, 폴은 그 실체를 깨닫지 못하고 고뇌만 하고 있다.
자식을 낳은 것은 물론 부모이다. 하지만 자식도 자식의 인생이 있다. 삶의 방식은 '권유'는 해줄 수는 있되, 모렐 부인처럼 집착하듯 일방적이어서는 안 된다.
100년 전의 마마보이를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있어 보이는 말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첨언 : 외설적인 부분이 문제가 되어 삭제되었다고는 하는데, 100년 전 소설이라 그런가, 아니면 현대 문물의 자극성이 강해서 그런가, 생각보다 선정적이지는 않았다. 심지어 야한 장면이 많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