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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찾아왔습니다
한덕현.이성우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넌 내게 반했어’ 등 많은 히트곡을 보유한 장수 그룹 노브레인. 보컬 이성우는 간혹 TV에 출연해 언제나 유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을 아직도 헷갈리는 나라서 노브레인에 대해 엄청나게 자세히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노브레인은 항상 활기차고 음악과 함께라면 모든 것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인간인 이상 누구나 마음속에 고통과 고민을 갖고 있다. 그 역시 나름의 고민을 갖고 있었다. 특히 공연을 해야 하는 가수로서, 코로나 시국에 공연들이 중단되고 활동의 폭이 좁아지자 앞으로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하고, 가수로서의 연차가 높아지면서 자신이 제대로 잘 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까지. 가수라는 점만 다르지, 사실 그가 하는 고민은 우리들이 살면서 하는 고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살아온 것이 맞는지, 지금 내가 하는 것들이 맞는 것인지.
나 역시 ‘잘’ 사는 것에 목매단다. 결과적으로, 내가 나를 돌아보면 잘 살았다고 느끼지 못한다. 밥벌이도 겨우 하고, 그렇다고 해서 특정 분야에 뛰어난 적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하루하루 책이나 읽으면서 출퇴근하고, 그냥 그렇게 늙어간다. 그래서 오히려 나를 부러워하는 말을 들으면 약 올리나 싶어서 화가 치밀기도 하는데,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압박이 되고 있었던 것일까.
보컬 이성우와 함께 대화를 나눈 한덕현 의사는 이러한 우리의 고민에 대해 따뜻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 ‘잘’이라는 말은 자기 자신의 행동을 이상하게 바꾸는, 즉 자기가 연습하고 생각했던 평소의 자신을 잊게 만드는 놀라운 단어입니다.
‘잘’ 살아야 한다는 압박은, 다시 말해 지금까지 내가 ‘못’ 살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더 발전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잘’이라는 것은 주관적인지라 당사자가 만족해야 할 일인데, 그것이 어찌 쉬울까. 그래서 우리는 점점 더 압박받고 마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듯 채워지지 않는 느낌에 고통받고 우울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모른다.
♦ 사실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겪을 때 가장 힘든 것은 내가 무엇을 힘들어하고, 무엇 때문에 스트레스받고, 무엇을 무서워하는지 모르는 것입니다.
타자는 공을 치는 선수이지, 공을 ‘잘’ 치는 선수는 아니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크게 와 닿는 말이기도 하다. 세상은 실력도 필요하지만 운도 따르기 마련이다. 아무리 훌륭한 선수라 하더라도 매번 완벽하게 공을 칠 수 없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잘’ 살기 위해 힘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사는 것이 ‘잘’ 살고 있는 과정이라는 것을 믿는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나이는 먹고, 그만큼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의가 든다. 이성우의 유튜브 채널에서 그는 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쓰러지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고 쓰러지는 것이 더 나을 거라고. 실패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그러면서 잘 살기를 바라고 꿈을 이루기를 원하는 것은 내 인생에 대한 실례이지 않은가.
♦ 나이는 먹더라도 마음이 젊다는 것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평가하고, 그다음 변화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 꿈의 그림자를 만지며 본질을 향해가는 그 여정에서 희망과 즐거움을 상상하는 것이 바로 꿈꾸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외로움과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 이성우 X 한덕현의 뭉클한 콜라보. 그 와중에 유쾌함을 잃지 않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어찌됐든 꾸역꾸역 지금까지 살아온 나에게도 내면의 박수. 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