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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유전자 - 협력과 배신, 그리고 진화에 관한 모든 이야기
니컬라 라이하니 지음, 김정아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생각할수록 인간은 기묘한 존재인 것 같다. 뉴스만 틀어도 온갖 범죄는 물론, 인간성을 내다버린 듯한 소식을 접할 수 있는데, 한편으로는 아직 세상은 살 만한 곳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훈훈한 소식들도 많다. 물론 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 일반화하기는 조금 그렇지만, 궁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인간은 선한, 혹은 악한 존재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맹자는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의 사단을 주장했다. 나와 우리 가족의 안전과 후대를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우리는 자신들만 신경 쓰면 된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지 않다. 태안반도에 기름이 유출되었을 때도, 세월호가 침몰했을 때도, 지진이나 태풍 피해를 입었을 때도, 우리는 가족도 아니고 누군지도 모르는 피해자를 위해 기꺼이 물품을 보내고 성금을 모으며 현장에서 봉사를 한다. 우리 몸에는 어쩌면 화합하는 것이 본능적으로 배어 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화생물학자 니컬라 라이하니가 연구한 바에 의하면, 모든 생명은 ‘협력’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얼핏 떠오르는데, 이는 유전자가 실제로 의지를 갖고 행동한다기보다는 유전자의 특성을 비유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보아야 할 터이다. 유전자의 가장 큰 존재 의의는 자신의 생체 데이터를 안전하게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유전자는 자신이 안전하게 존재하기 위해 환경에 적응하게 되는데, 이때 다른 세포나 생명체의 안전 여부는 관심이 없다. 생각이나 의지가 없는 유전자가 그런 것을 신경 쓸 리가. 그런 점에서 유전자는 자신만의 생존이 우선이기 때문에 이기적으로 보이고, 또 그렇게 인식해 왔으나, 니컬라 라이하니는 그렇게 바라보았던 이기성이 뒤집어 보면 ‘협력’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부터 하더라도, 우리 몸은 수십조 개의 세포가 협력하여 이루어진 물질이다. 사실, 협력은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다. 우리가 조별 과제를 할 때 협력을 하지만 간혹 의견 차로 다툼이나 갈등이 발생하는데, 세포 역시 마찬가지다. 협력은 필연적으로 갈등을 낳지만, 자연적 존재인 모든 세포와 유전자는 갈등을 최소화하여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임무다. 심지어 암세포조차도 우리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만, 암세포는 몸속에서 성장하기 위해 다른 세포와 협력하며 우리 몸속에 자리를 마련한다.
그런 점에서, 유전자의 협력성은 공리주의적인 느낌마저 갖게 한다. 비록 이 세포 하나가 희생되더라도, 그것을 바탕으로 후대의 환경 적응에 유익함이 된다면 이 개체는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라는 점이다. 개미들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으로서의 자신을 내버리기까지도 한다.
인간의 문명은 여타 다른 동물들과 큰 차이점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인간 역시 세포의 협력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존재이기 때문에 우리가 사회에서 미담을 만들어 내는 것도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는 협력성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시각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산재해 있는 환경 문제, 기아 문제, 전쟁 등은 각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도 남과 함께 살기 때문인 것이고, 그렇다는 것은 갈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갈등을 협력하여 잘 봉합하기 때문인 것이기도 하다. 협력은 미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개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