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한빛비즈 문학툰
SunNeKo Lee 그림, 김성은 옮김, 샬럿 브론테 원작, Crystal S. Chan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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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행복해질 수 없을까?

 

♦ 우리는 왜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거야?

 

일가친척 없이 외숙모에게 신세를 져야만 했던 소녀, 제인 에어. 허드렛일만 하지 않았을 뿐이지 신데렐라와 다를 바 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며 서러운 청춘을 보낸다. 원 저자인 샬럿 브론테의 일부 경험 및 당대 여성에게 주어진 사회적 시선이 반영된 소설 ‘제인 에어’는 사회적으로 주어지던 여성의 순종이라는 의무를 넘어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것인지 잘 드러나고 있다. 어쩌면 제인 에어라는 인물을 통해 저자 자신의 바람을 반영한 것일 수도.

 

짐덩어리 취급을 받으며 꽤나 고된 소녀 시절을 보낸 제인 에어의 앞날은 그리 밝지는 않았다. 거짓말쟁이 취급도 받고, 종교와 사회의 이름으로 인내하고 순종할 것을 강요받는다. 당대 문학에서 ‘제인 에어’가 갖는 큰 의미는 이러한 사회적 시선에도 굴하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의 모습이 강력히 드러난다는 것에 있다.

 

♦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차분해야 한다고 하지만, 여자도 남자와 똑같다. 남자와 마찬가지로 여자도 엄격하게 구속하면 고통에 시달린다.

 

♦ 평온한 삶에 만족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소용없다. 사람은 행동해야 하고, 할 일이 없다면 만들어내야 한다.

 

문학에서 일반적인 여성은 사회에 순종적으로 묘사된다.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여성 캐릭터는 기연을 만나 높은 신분의 남성과 결혼하여 행복을 얻는다. 기존 문학에 있어 ‘우연’은 여성 캐릭터가 운명에서 승리할 수 있는 필요조건이다. ‘제인 에어’ 역시 고전 문학 특유의 우연성을 갖추고 있다. 산길에서 만난 다리 다친 남자가 알고 보니 로체스터였거나, 로체스터를 떠난 곳에서 만난 선교사가 알고 보니 없는 줄 알았던 자신의 친척이었다거나 하는 등. 그러나 ‘제인 에어’에서의 우연성은 제인 에어의 운명을 결정짓는 필요조건이 아니다. 우연은 서사의 전개를 위한 고전 문학의 장치로서 작용하고, 제인 에어는 그 우연을 발판 삼아 자신이 운명을 선택해 나간다.

 

♦ 당신 미래는 무척 불확실해. 행복을 결정할 기회는 당신 곁에 놓여 있지. 손을 뻗어 그것을 잡느냐 마느냐는 당신에게 달렸는데, 과연 그렇게 할 건가?

 

로체스터를 떠날 것도, 다시 되돌아올 것도, 결혼을 선택하는 것도 오로지 제인 에어의 판단이다. 가문이나 재산, 명예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오직 자신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뿐이다.

 

♦ 나는 영국판 셀린 바랭이 되고 싶지 않다. 절대 응석받이 여주인의 삶을 살지 않을 것이다.

 

로체스터는 정신에 이상이 있는 아내를 집 안에 숨겨놓은, 칭찬 받기는 좀 애매한 짓을 저질렀으나, 그런 그를 받아들이기로 한 것 역시 제인 에어가 스스로 판단한 것,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받아들이고, 책임질 뿐이다. 주체적인 삶이란 얼마나 강인한가.

 

만화로 정말 잘 요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만 봤을 때는 싸가지 없는 몹쓸 놈에 불과했던 로체스터가 비록 걸림은 있어도 마상을 입었던 복합적인 인물로 잘 표현되었다. 구레나룻도 섹시하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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