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시작하지 못하는 당신을 위해 - 잘하고 싶어 시작을 망설이는 세상의 모든 완벽주의자들을 위한 진짜 완벽주의 활용법
윤닥 지음 / 한빛비즈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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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애들이 장래희망으로 대통령, 우주비행사, 공룡(?)을 꿈꿀 때, 나는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 장래희망이었다. 과학이나 문학을 비롯하여 음악, 미술, 체육, 심지어 온갖 신비주의적인 요소까지, 누군가 나에게 물었을 때 거침없이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꿈이었다. 그렇다 보니 나에게 ‘지식’은 필수요소였고, 이는 책을 탐독하는 계기가 되었다. 글을 읽을 수 있게 되자마자 부모님을 졸라 한국/세계 위인전 전집을 들여놓고 읽었고, 다섯 살 때는 삼국지를 독파했다. 10살이 되어 한국문학전집을 장만해 읽기 시작했으며, 이는 결국 지금 세계문학전집에 몰입하는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

부모님이 나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나는 미친 듯이 몰두했다. 세상의 모든 지식을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었으리라. 그렇다 보니, 나는 남들의 눈에 완벽해 보여야만 했고, 모르는 것이 있다는 사실에 수치심을 느꼈다. 일본어를 독학으로 배웠고, 지금도 프랑스어를 시작했으며, 뜨개질, 요리를 비롯하여 온갖 것에 발을 들이밀고자 하는 것 역시 이와 크게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나에게 완벽한 인간이란 도달해야 할 존재였다.

하지만 완벽하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사실 완벽한 전자두뇌를 꿈꾸며 성장해 왔지만, 사실 절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세상 모든 분야를 배운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인간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는데다가, 인간의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컴퓨터가 개발되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기계와 혼자만의 대결을 펼치며 스스로 괴로워하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윤닥(윤동욱)은 완벽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스스로도 완벽주의 때문에 고통받았던 경험을 이야기하며, 완벽주의는 사실 그 누구라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현상임을 알려준다.

완벽주의는 그 자체만으로는 어느 한쪽으로만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이지 않다. 완벽에 완벽을 기한다면 정체되어 있던 현 상황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반면, 과도한 완벽주의는 자신과 타인에 대해 실망을 낳고,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보며 좌절하고 우울에 빠질 수 있다. 즉, 완벽주의는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한 것이다. 과도한 완벽주의를 줄이고, 보다 생산적인 완벽주의를 지향해야 하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완벽주의 테스트를 해 보았다. 나의 경우, 자책형 완벽주의로 평가되었다. 사실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남의 눈치를 보다가 작은 실수에도 남들이 비웃을 것이라는 온갖 확증편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괴로워하는 타입이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자신 또는 가족의 우울증으로 내원한 사람의 상당수에는 완벽주의가 있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래저래 고통스러웠는데, 강박에 가까운 완벽주의가 있었음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성과주의 사회다. 물론 외국도 결과를 중시하기는 하지만, 우리는 정해진 루트를 따르지 않으면 인생이 망한 것처럼 묘사한다. 인문계가 아니라, 꿈을 위해 기술학교로 진학하면 극구 반대하고, 사회에서는 차별이 만연하다. 우리는 남들과 획일적이어야만 안정감을 느끼게 되었다. 남들과 동일해져야만 한다는 과도한 완벽주의는 결국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다.

목표는 원대하게 갖는 것이 좋지만, 오히려 추상적인 원대한 목표는 완벽주의자들에게는 고통이 된다. 목표는 합리적인 선에서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종이에 기록하자. 실제로 걸린 시간을 체크해보면, 나의 불안과 걱정이 사실 유난스러웠음을 알게 될 것이다.

♥ 완벽주의를 내려놓을 때, 우리는 비로소 완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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