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호밀밭 > 타이거 우즈는 어떻게 골프를 치는가
나는 어떻게 골프를 치는가
타이거 우즈 지음, 원형중.지현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내가 타이거 우즈를 안 것은 97년 타이거 우즈가 마스터스에서 우승을 했을 때 뉴스에 나온 모습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마음이 우울했던 99년 우즈가 시원시원하게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에 푹 빠졌었다. 그 마음은 지금까지도 죽 계속되고 있다.

이 책을 산 것은 순전히 타이거 우즈의 사진이 가득하다는 말 때문이었다. 골프 경기를 즐겨 보지만 내가 골프를 친다거나 골프를 칠 계획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그저 타이거 우즈의 팬으로서 그의 책 한 권쯤은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산 책이었다.

그러다 보니 책의 내용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골프채를 잡아본 일도 없는 나에게 더운 날, 추운 날 플레이 하는 요령이니, 샌드 디보트니, 커트 샷 같은 말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하지만 5년 정도 골프 중계를 꾸준히 보다 보니 웬만한 용어는 귀에서 겉돌지 않고 들리기는 한다. 물론 아직도 모르는 말이 산더미 같지만.  

타이거 우즈가 이룬 성공이나 그가 스포츠계 전체에 미친 영향력은 그저 골프 선수로서의 성공에 그치지 않는다. 그를 이야기할 때 그의 피부색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골프는 농구와는 다르다. 농구 코트에 백인 선수가 거의 없는 것은 백인 선수들의 실력이 흑인 선수들만 못하기 때문이다. 탄력에서 앞서는 흑인 선수들을 체질상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골프는 다르다. 백인들에게 더 맞는 운동이라는 근거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백인 스포츠로 자리잡았던 골프에 흑인 소년이 나타나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그가 아마추어 챔피언을 3회 연속 할 때에도 그가 들어갈 수 없는 골프장이 있었다. 단지 피부색 때문에. 지금은 그를 반기지 않을 골프장은 없을 것이다.

나에게 이 책은 단순히 사진을 보는 정도에서 만족스런 책이지만 골프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지침서가 될 것 같다. 도를 닦으려면 지리산으로 가야 하듯이 골프를 배우려면 타이거 우즈에게 배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최고가 최고를 만든다는 말을 믿는다면.

이 책은 12가지로 나누어진 제목 아래 퍼팅, 드라이버, 스윙, 아이언, 페어우드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통제력을 잃지 않는 법이나 마음을 다스리는 법 등에서도 다루고 있다.

이 책 속에는 이런 우즈의 일대기나 우즈가 지금까지 이룬 성공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 있다. 이 책은 타이거 우즈 개인에 대한 책이 아니라 그가 선생님이 되어서 골프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가르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저 골프에 대한 자신의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자세에 대한 사진들과 경기 장면들이 담겨 있다.

간혹 아주 귀여운 포즈로 넥타이를 맨 채 노트북을 켜 놓고 있는 모습이나 아버지와 찍은 사진 같은 개인적인 사진들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이 책을 위해 촬영한 골프 치는 모습들과 경기 사진들이다. 얼짱 타이거 우즈의 진면목을 보기 위한 사진집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골프에 대한 이야기만 가득한 이 책은 골프 교습서이기는 하지만 아주 몇몇 부분은 일상 생활에서도 적용이 된다. 승리로 이끄는 음식 열 가지와 패배로 이끄는 음식 열 가지도 꽤 유익한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인 피자, 아이스크림, 포테이토 칩스 등이 패배로 이끄는 음식에 든 것은 유감이지만.

또, 미스 샷에 대한 글에서는 실수에 연연하지 말라느니, 이미 친 샷은 잊어야 하고, 이따금씩 터져나오는 감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온다. 마인드 컨트롤에 대한 이런 말들이 좋았다. 긍정적인 사고와 승부욕을 기르라는 말도 잘 와닿았다.

내가 타이거 우즈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가 강한 심장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담감과 시기어린 시선을 견디면서 최고가 된 것은 강한 심장과 의지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3살인가부터 신동 소리를 들어온 그에게는 사춘기라는 불완전한 시기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겪는 성장통이 없었을 리 없다. 그토록 위태로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아무런 이탈도 없이 죽 성장만 해올 수 있었다는 게 보통 사람의 의지로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것이다. 신동에서 황제가 되기까지 그 많은 위기의 순간을 슬기롭게 극복한 건 단순히 실력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도를 닦는 듯한 마인드 컨트롤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난 이 책을 읽으면서 언젠가는 골프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원래 타이거 우즈가 나오는 경기의 갤러리로 가는 것 정도로 골프에 대한 꿈을 가졌었는데 나도 한번 그 작은 홀로 공을 넣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팬으로 산다는 건 생각보다 괜찮은 매력이 있다. 그의 성공에 같이 기뻐할 수도 있고, 그에게 생긴 안 좋은 일도 진심으로 걱정하며 새삼 나에게 이런 면이 있음을 알게 된다. 우즈의 팬으로 사는 5년 정도의 기간 동안 나에게는 좋은 일이 더 많았다. 요즘 심심찮게 슬럼프설이 나오고 있는 우즈이고, 게다가 2주 연속 아쉽게 우승을 놓쳤지만 반짝 스타가 아닌만큼 그의 인생이 앞으로도 빛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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