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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김이은 작가의 이름이 반가웠다. 저자의 소설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는 환상성과 사회의 부조리를 적절히 섞은 소설이었다. 이번엔 또 작가가 어떤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줄까 싶었다. 못 본 사이 작가의 글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환상성, 부조리, 블랙 유머보다는 보다 리얼한 설정, 현 세대가 가진 어둠과 욕망을 세밀한 문장으로 직조하고 있다.
이번 경기문화재단 선정작에서 집에 대한 특징이 드러나는 소설이 몇 있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이 가지는 집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집을 갖지 못해 떠도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편(박초이 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집은 거주지의 의미와 함께 재산과 지위의 위치를 내보이는 소설도 존재한다.(김이은 소설 산책, 정남일 소설 세리의 크리에이터)
김이은의 소설 '산책'은 현 사회를 비추는 욕망과 세태를 비추는 거울 같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집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집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일까. 어떤 존재일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소통이 단절된 사회에서 개인을 보여주는 것 같은 소설이라 보는 내내 집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