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김이은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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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본 김이은 작가의 이름이 반가웠다. 저자의 소설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는 환상성과 사회의 부조리를 적절히 섞은 소설이었다. 이번엔 또 작가가 어떤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줄까 싶었다. 못 본 사이 작가의 글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환상성, 부조리, 블랙 유머보다는 보다 리얼한 설정, 현 세대가 가진 어둠과 욕망을 세밀한 문장으로 직조하고 있다. 

이번 경기문화재단 선정작에서 집에 대한 특징이 드러나는 소설이 몇 있는데, 이로 인해 사람들이 가지는 집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집을 갖지 못해 떠도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편(박초이 소설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집은 거주지의 의미와 함께 재산과 지위의 위치를 내보이는 소설도 존재한다.(김이은 소설 산책, 정남일 소설 세리의 크리에이터) 

김이은의 소설 '산책'은 현 사회를 비추는 욕망과 세태를 비추는 거울 같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집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집은 대체 우리에게 무엇일까. 어떤 존재일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과연 옳은 것일까. 소통이 단절된 사회에서 개인을 보여주는 것 같은 소설이라 보는 내내 집에 대한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했다.

하루짜리 승리라. 여경의 말을 듣고 윤경은 그리 생각했다. 그토록 짧은 것을 승리라 말할 수 있는 까닭이 무얼까.

소설 산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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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은 작가의 '산책'은 너무 현실적이라 여러모로 아픈 소설이다. 두 자매가 산 집은 위치로 인해 가치가달라진다. 그리고 둘 사이에느 미묘한 지위의 균열,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안에 집으로 인해 진 빚으로 인해 삶에 대해 체념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산책이란 편안함과 여유가 느껴져야 하는데, 소설 산책 속 산책이란 불편하기만 하다. 

대체 왜 집을 구매한 것일까. 더 나은 삶과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대한민국에서 집이란 의미의 퇴색을 이 소설 만큼 잘 보여주는 소설이 있을까. 서울 강남과 서울 변두리 신도시의 아파트라는 두 공간을 통해 보여주는 욕망은 우리 내부가 얼마나 일그러져 있는지를 잘보여주는 척도다.

작가는 산책이라는 소설을 통해 집의 의미와 좋은 삶에 대해 되묻는다.

한곳에서 지나치게 오래 산다는 건 그런 뜻인 것 같았다. 그 집에 살던 모든 것들이 결국 늙거나 죽게 된다는 것. 그래서 소문의 시작이 되고 만다는 것. 예고된 비극처럼 그렇게 조용히 시간과 더불어 숨이 멎는다는 것.

소설 산책, 경우지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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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단편 경유지는 상실과 외로움을 견디는 것을 이야기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주인공 이화는 충동적으로 영어 학원을 등록하고, 이후 원어민 강사와 동거를 하다 헤어진다. 이 충동은 자기 파괴적이여서 이유를 찾게 된다. 

이화에게 에릭은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경유지'이다. 이 경유지를 통해 이화는 삶이란 혼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는 에릭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다 어디도 정착하지 못한 채 다음으로 향한다. 더 이상 관계를 포기한 이화는 집으로, 사람을 경유지로 택한 예릭을 다른 이를 찾아 떠날 것이다. 

이별 후 이화가 택한 집이란 공간은 회피인 걸까. 자기 구원인걸까. 반복해서 읽어보지만 답을 내리기 어려웠다. 다만 그것이 어떤 선택이든 이화가 행복하기를 바랄뿐이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지만 이제 이 집에서 더 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산책, 경우지에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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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산책에서 이야기하는 두편의 소설은 '원하는 삶' 행복한 삶을 묻고 있다. 산책 속 두 자매는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좋은 집과 재산을 축적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빚에 찌들어 미래를 꿈꾸기 어려워졌다. 마치 체념한 듯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산책 속에서 나오는 집은 고립과 단절의 이미지를 품고 있다.

행복한 삶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이 있는가. 반복해서 생각하게 된다. 일상의 가치까지. 여러가지를 되묻게 되는 소설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3018884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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