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박초이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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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는 제목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소설이다. '십 분 이해하는 사이'와 더불어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두 권의 책은 제목이 특이하다 보니 책을 펼쳐 보기도 전에 인상에 남았다. 손이 먼저 가기도 가지만, 네이버 검색어에도 책이 바로 뜬다. 소설 제목을 명사로 쓰니 아무리 검색을 해도 뜨지 않는다. 네이버 검색어를 통해 제목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십 분 이해하는 사이'와 더불어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두 권의 책은 관계를 이야기하는 책이기도 하다. 한 책은 관계를 통해 구원과 이해를 이야기하고, 지금 소개하는 책은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는 관계의 부재, 고립을 통해 걸어가는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변의 관계는 멀어지고 헤어지게 된다. 그게 죽음이든 이별이든 인간은 홀로 남게 되고, 혼자 남은 인간은 미래를 향해 걸어야 한다. 그 걸음은 어쩐지 위태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은 열심히 살아간다. 그리고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불투명한 미래를 꿈꾸기도 한다. 그것은 구원일까, 절망일까.

이제 과거를 다시 쓰고 싶었다. 내가 만들어갈 미래가 내 과거가 될 수 있도록.

미뤄두기만 했던 미래를 지금 이 순간 불러올 수 있게 되었다.

소설 안 두 권의 작품의 마지막은 미래를 이야기하면서 끝난다. 첫 번째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의 화자는 관계를 잘못된 과거라 칭한다. 그는 어쩌면 미래의 장례식을 통해 과거와 결별을 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혹은 관계를 확인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화자는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결과물은 관계의 부재와 헛된 미래다. 두 번째 소설 '사소한 사실들'에는 연인의 이별과 룸메이트와의 재결합이라는 두 가지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화자는 관계의 끝맺음과 새로운 만남을 통해 관계로 나아갈 동력을 얻게 된다.

이번 경기문화재단 선장 소설의 특징은 실려있는 두 소설의 연관성이다. 마치 연작 작품 같은 관계성에 읽는 재미,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두 책에서 이야기하는 관계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일상의 이야기, 내 주변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이야기라 더 큰 깊이와 읽는 재미를 준다. 

나는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를 내려다보았다. 미래와는 특별한 추억이 없는 줄 알았는데 꽤 많은 것을 공유한 것 같았다. 무언으로 느껴지는 친밀감, 함께 있다는 체온 같은 것.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 중에서

소설 속 미래는 고양이다. 동시에 누군가의 과거를 상징하고 미래가 되기도 하는 존재이다. 최근 우리가 반려동물에게 가지는 애정은 특별하다. 그것은 인간을 믿지 못하게 된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절대적 관계의 대체물이 아닐까. 화자도 그리고 구도 그것을 깨달아 타인과의 관계를 포기해 버린게 아닐까. 관계의 부재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버릴, 미래가 만들 미래는 대체 무엇일까.

어쩌면 그게 아닐지도 몰랐다.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혼자여서 삶이 무서웠고 혼자여서 삶이 막막했으며, 혼자여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알지 못했다. 이들과 함께라면 삶을 조금 더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장바구니도 비울 수 있을 것이고, 모자라는 것을 채울 수도 있을 것이다.

사소한 사실들 중에서

사소한 사실들의 주인공을 끊임없이 떠돈다.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한 거주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얻은 셰어하우스와 관계. 그 셰어하우스는 무엇보다 비좁고 불결한 공간이다. 결코 좋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화자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정말 무서운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라고 말하는 그 말이 더없이 처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소설을 읽으면서 박민규 작가의 '갑을 고시원 체류기'가 떠오른다. 고시원에서 살게 된 주인공에게 부자 친구가 말한다. '이런 곳에서도 사람이 사니' 소설의 문장이 처참하게 느껴지던 시기가 있었다. '사소한 사실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러한 처참한 공간도 갖지 못해 떠도는 이들이 있다. 정말 무서운 것은 노력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이 거주지 문제다. 그만큼 사회에 심각한 문제로 자리한 문제에 결코 고개를 돌릴 수 없다.

서로 한 공간에 머무는 것조차 어색했던 두 사람이 서로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살기를 결정한다. 부족하고 부족하고 하염없이 부족한 돈. 두 사람의 앞날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빈민 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웃는 두 사람. 어떻게 그렇게 웃을 수 있을까. 어쩜 혼자가 아니라 둘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미래를 그리는 주인공을 보면서 응원하게 된다. 내 삶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미래를 그려보게 되는 그 따뜻함이 좋다.

어떤 위로를 건네야 할지 나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를 위로한 적도, 위로받은 적도 나는 없었다. 삶이란 혼자서 외롭게 버텨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소한 사실들 중에서

'스물여섯 개의 돌로 남은 미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우리 같아서 아프고 마음이 가는 소설이다. 주어진 문장은 하나같이 아름답기만 하다. 페이지 페이지마다 문장들이 가슴에 닿는다. 꼭 읽어보라 추천하는 소설 중 하나다. 이런 문장을 지어내면서 작가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관계와 상실, 고립과 타인에 대한 이야기는 인류가 앞으로도 해소할 수 없는 난제 일 것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관계와 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조건들은 무엇일까. 내가 거주하는 집, 친구, 연인 무엇을 공통분모를 그릴 수 있을까. 오늘 그리고 내일이라는 불안한 미래를 떠올려 본다. 미뤄둔 미래를 불러올 수 있게 되었다는 '사소한 사실' 속 화자의 말처럼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것이 희망 그 자체가 아닐까. 

https://blog.naver.com/sayistory/223017087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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