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도메인'을 보면서 바로 전 서평인 '부표'가 생각났다. 두 소설 모두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부표'는 죽음을 통해 삶을 조망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도메인'은 기묘한 분위기로 소설 자체가 죽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부표'의 작가는 소재들의 관계성을 편집증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엮고 있다. 반면 도메인은 관계있어 보이는 소재들은 전혀 관계가 없는 데다 서로 부딪히며 삐걱거린다. 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기괴한 분위기가 서사를 압도하기도 한다. 소설의 분위기, 이미지, 각각의 매력이 다르다 보니 읽어보고 판단하라고 할 수밖에...
소설 도메인은 거대한 실험장 같다. 아마 작가가 문장을 실험한 거대한 실험장일 것이다.
무언가 사건이 일어날 것 같지만 일어나지 않고, 연결된 이야기들은 관계가 있는듯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사건의 나열이다. 불친절한 소설. 처음 본 이들을 화를 낼지도 모르겠다. 독자의 불만과 달리 작가는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마디로 성공적인 실험이었다.
처음 요소요소들의 미묘한 결합에 이게 뭐야... 란 생각이 들었다. 추천글에서 '맥거핀'이라는 단어를 보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한 가지를 더 깨닫게 된다. 소설이 만들어내는 기묘한 분위기는 이미지를 담고 있다. 시각적이고 영화와 닮아 있다. 영화적 기법을 문장으로 구현하기 위한 실험이었나 싶기도 하다.
소설을 다 보고 난 뒤, 너무 숨겨진 이야기가 많아 주인공들의 거취를 묻고 싶어진다. 이것 역시 작가의 의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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