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표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이대연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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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움직이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보다 절실하고 치열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인생이라는 바다

에서, 삶의 부표를 찾게 만드는 소설, 삶의 목표를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소설집 '부표'.

이대연 작가가 쓴 등단작 '검란'은 이미 읽은 소설이다. 알이 부화하는 과정을 쓴 단순한 소설인데, 디테일한 사실성과 묘사, 그리고 검란을 통해 인생을 반추하는 부분이 꽤 인상적인 소설이었다. 10년 만에 다시 만난 작가는 자신의 장점을 잘 알고 있었다. 보다 노련해진 문장으로 소설 부표에는 인생이 담겨 있었다. 

'김장'과 '부표'는 등단작을 가장 많이 읽었을 시기인 2015년 전후로 등단한 작가들이다.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선정작에서 오랜만에 만난 작가들이 괜히 반가운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들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란 글쓰기를 멈추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작법서 '책이 밥 먹여 준다면'이 생각났다. 그리고 작가들은 어디선가 쉬지 않고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구나. 지금은 글을 쓰고 있지 않은 자신의 게으름을 반성하게 된다.(쓰는 것보다 읽는 게 더 행복하니 어쩔 수 없다만...)

부표를 읽으며 정용준 작가의 '가나'가 생각났다. 내용이 유사하지도, 주제가 같지도 않음에도 아무래도 바다가 배경이어서 그런듯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용준 작가의 '가나'는 좋아하는 등단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스위치를 올리자 등명기에 불이 들어왔다.

소설 부표 중에서

'부표'는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삶을 반추하는 소설이다. 위에서 설명했듯 디테일한 묘사가 현장감을 올린다. 정말 내 옆에서 바닷가에 살고 있는 이웃이 실제로 겪은 일처럼 느껴지는 소설이다.

일확천금을 주야장천 이야기하던 아버지는 별다른 한 방 없이 뺑소니 사고로 사망한다. 집에 온 돈은 아버지가 늘 말하던 일확천금이 아닌 사망보험금인 씁쓸한 현실. 한 평생 투자로 집에 돈 한 푼을 준 적 없으나 장기기증이라는 아버지의 선행. 아버지는 나쁜 사람일까. 좋은 사람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피해를 주기도 하고 다른 이에는 선행을 하기도 한다. 선하다고 나쁘다고도 말할 수 없는 평범한 아버지의 삶. 그저 아버지의 삶과 방향은 사회에 뿌리내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물 위에 뜬 채 표류하는 부표처럼 말이다. 그런 아버지의 삶과 부표 교체 작업을 하는 주인공의 작업이 묘하게 교차한다.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를 생각하게 하면서 마지막까지 아버지가 쥐지 못한 일확천금을 통해 삶의 목표가 무엇일지 생각하게 한다. 

한지에 스민 먹이 표상을 이루면 글이 되고, 심상을 담으면 그림이 된다. 그러나 단지 표상이고 심상일 뿐이어서, 따지고 보면 기껏해야 흰 종이에 묻힌 검은 얼룩일 따름이었다.

소설 부표, 전(傳) 중에서

'전(傳)'은 앞서 읽은 검은 고양이를 떠올리게 하는 허구가 가미된 역사 소설이나 그 느낌이 다르다. '검은 고양이'는 현재에서 검은 고양이를 통해 과거의 역사를 좇는 소설이다.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던져진 사실들이 독자의 흥미를 끈다. 그리고 독자와 작가와 게임을 하는 듯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물어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주제의식을 뒤로 슬쩍 들이미는 소설이다.

그에 반해 '전(傳)'은 사실인 역사를 매우 진지하게 서술한다. 검은 고양이를 읽으며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거짓일지 의문조차 들지 않는다. 어느 시점 어딘가에 실제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술하는 듯한 소설이다. 

소설 안에는 '문장에 인망이 없다' '칼에도 인정이 있거늘'이란 표현 등이 등장한다. 글도 칼도 사람을 반추하는 부산물이 아닐까. 그래서 인정이 비칠 수도, 무엇보다 비정해질 수도 있다. 글을 통해 다시 회자되는 곽재우라는 인물을 통해 후대는 무엇을 떠올리게 될까. 곽재우의 죽음은 실패이자 종결이 아니다. 이야기를 통해 회자되는 그의 부활은 새로운 민중적 꿈이자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최근 가짜 뉴스가 회자되는 생활 속에서 '전(傳)'을 통해 글쓰기와 펜의 힘을 생각해 본다. 자본주의가 쫓는 자본이 글과 펜을 비천하게 만드는 사회가 비참하고 슬프다.

칼에도 인정이 있거늘…… 그게 아니면, 도대체 무엇으로 글을 쓸 수 있단 말이요?

소설 부표, 전(傳) 중에서

'죽음'을 통해 사람은 삶을 반추한다고 한다. 이 책 부표는 죽음을 통해 생을 반추하는 이야기이다. 그 존재는 역사 속 인물이기도 하도 가까운 가족이 될 수도 있다. 그들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혹은 글을 통해 다시금 생을 얻는다. 그리고 서사를 끌어온 이는 떠난 이가 미처 이루지 못한 사명을 이어 받는다. 그것은 숭고한 꿈 일수도 혹은 지난한 삶 그 자체일 수도 있다. 

그리고 독자들은 죽음과 생의 경계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를 자신의 삶에 비춘다. 그 거울을 통해 부디 답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3012835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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