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김장'은 가장 매력적인 문장들이 많은 소설이었다. 서사와 더불어 문장에도 신경을 많이 쓴 소설이란 소리다. 첫 장을 읽으며 책 날개에 기재된 작가의 프로필을 봤다. 이런 글이라면 왠지 신춘문예 출신, 문단에 발을 딛고 있는 작가 일 것 같아서.
예상대로 송지현 작가는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작가였고, 반가웠고, 달라진 모습에 아쉬웠으며, 글에서 느껴지는 깊이에 질투했다. 2013년 당선작인 '펑크록 스타일 빨대 디자인에 관한 연구'는 이미 보았던 작품이었다. 독특한 제목과 더불어 빨대와 펑크록을 연결 지은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야기는 조금 뻔뻔하고 당돌해서 인상에 남았었다. 10년 사이 작가의 문장과 구성은 매우 세련됐으나 말도 안 되는 소재들을 엮어 이야기를 만들어내던 그 당돌함과 재기 발랄함이 그립고 아쉬웠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는데... 사람이야. 나 역시 앞자리 숫자가 바뀌며 십년 전과는 전혀 다른 내가 되었다. 다만 작가의 글에서 드는 아쉬움을 삶과 죽음, 존재를 관망하는 작가의 시선은 여전했다. 아쉬움은 어쩌면 깊어진 작가의 시각에 대한 질투일지도 모른다.
송지현 작가의 '김장'은 계절이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기 위해 하는 행위와 죽음이 맞물리는 소설이다. 김장에는 겨울이라는 계절이, 난쟁이 그리고 에어컨이 없는 여름에 관하여는 여름이라는 계절을 다루고 있다. 이 안에 주인공들은 친구의 죽음으로 생과 사의 경계를 깨닫게 된 한 인물과, 죄책감을 통해 자신이란 존재를 상실해가는 인물이 등장한다. 두 사람이 받아들여야 하는 사실들은 죽음에 이를 정도의 고통은 아니다. 다만 아프다. 이 잔잔한 파문으로 일상은 깨어지지만 그럼에도 삶은 변함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슬픔만이 남는다.
이 슬픔들은 어디에 다다를까. 죽음이란 마치 주인공이 걸어가는 다리 위와 아래의 차이 같아서. 삶과 죽음에 대해 존재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