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쓴 에세이마다 주야장천 쓰는 말이 있다. 시인의 에세이는 실패할 일이 없다고. 취향의 차이는 있겠으나 아직까지 이 말을 무를 일은 없었다. 미술을 좋아하고 시인의 에세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선물 같은 책들이 나왔다. '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목차의 첫 페이지는 안희연과 파울 클레가 장식하고 있다. 이건 정말 참을 수 없다. (읽은 책들이 꽤 되었음에도 이 책을 받는 순간 다른 책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하루 동안 단숨에 읽어 내리고 만다.)
'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에서는 김연덕 박세미 서윤후 신미나(싱고) 안희연 오은 이현호 최재원 8명의 시인과 시인들이 사랑한 화가가 함께 등장한다. 시인들은 화가에 대한 추억과 시인이 당시 그림에 영향을 받은 시와 글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몇몇 시인들은 그림을 통해 받은 영감을 시로 기술한 부분을 함께 수록하는데. 문장으로 그린 그림과 그림으로 쓰인 시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본다면 무엇보다 매력적인 에세이다.
항상 생각했던 것이지만, 에세이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받은 느낌이다. 시와 회화는 닮았다. 아니, 시는 모든 예술과 치환이 가능하다. 음악을 표현하는 가사가, 그림을 그리는 문장으로, 예술은 무엇이든 시가 될 수 있다.
이 에세이를 보면서 누군가 회화와 관련 시를 엮어서 책을 내줬으면 좋겠다. 그림에 한 번 설레고, 시인의 글에 한 번 더 설렐 수 있는 책. 이런 에세이를 내준 미술문화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