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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을 받은 저자가 인생 전반에 걸쳐 가장 애정 하는 책이라 하니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자전적 소설일 것이란 생각이었다. 가장 먼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 떠오른다. 혹은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거나... 조제 마우루 작가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작가가 쓴 자전적 소설은 언제나 옳다(물론 작품에 따라 다를 수 있다). 그러니 쇼샤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 책을 받았을 때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표지는 예쁘고 적당히 슬림한 책은 들고 다니기도 좋을 것 같다.(들고 다니기에는 참으로 간지가 있는 책이다. 예쁘고 적당히 도톰하고 펼쳐보기도 좋다.) 펼쳐 본 10분, 아 이 책 호락호락하지 않다. 표지만 예쁠 뿐이다. 책의 문장은 매우 아름답다. 그런데 배경이 쉽지 않다. 저자 만지는 책, 저자는 배우는 글, 환경, 시대적 배경 그 모든 것이 낯설어서 그것들을 이해하는 게 쉽지 않은 책이다.
읽는 내내 조르조 바사니의 '금테 안경'이 생각났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대적 배경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두 책 모두 나치주의 아래 유대인싀 삶을 다루고 있다. 쇼사는 나치 침공 직전의 상황을 금테 안경은 홀로코스트를 다루고 있다. 두 책 모두 이념적 갈등 상황 속에선 다수에 속하지 못하는 한 개인의 삶과 이념적 갈등을 심오하게 잘 녹여냈다. 시대적 상황과 이념을 배제하면 아름다운 사랑과 상실의 이야기로 읽히기도 하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이 점이 쇼사와 금테안경, 두 권의 책이 시대를 뛰어 넘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두 책 모두 좋았지만, 미학적 취향은 '금테 안경'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