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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주인공 채유리가 멱살 잡고 끌고 간다. 그녀는 어떤 소설 주인공보다 파격적이고 소설 속에는 적나라하고 예측 못할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그녀의 일탈이 일으키는 파급력이 너무 커 처음에 정을 붙이기 힘들 것이라 여겨졌다. 많은 책을 읽었으나 주인공 채유리처럼 금기를 거리낌 없이 넘는 캐릭터도 없었다. 기존의 여성 캐릭터와 다르게 욕망에 적극적이다. 시크하고 센척해 보이지만 그녀는 서울이라는 정글 아래 생존 경쟁에서 무엇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무기와 약점을 나열한다. 여성, 젊음, 가난, 외모, 학벌... 그녀가 팔 수 있는 가장 값진 무기는 젊음과 여성이다. 그녀는 도시라는 정글을 살아남는 법을 알고 있다. 세상은 여성을 약한 존재라 여기지만 그녀는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젊은 여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그녀가 이 사회를 대변하는 여성성은 아닐 것이다. 그녀는 일탈이고, 그녀의 반역적인 행동은 사회 밑바닥과 자본주의가 가리는 치부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다른 어떤 책에서도 이야기하지 않는 다양한 어둠 속 이야기를 끌어올린다. 그 속에서 함께 떠오르는 수많은 질문과 생각들. 이 파문을, 그녀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한 번쯤 새겨볼 가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