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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 - 무자비하고 매력적이며 경이로운 식물 본성에 대한 탐구
맷 칸데이아스 지음, 조은영 옮김 / 타인의사유 / 2022년 9월
평점 :
나도 예전에는 식물이 지루하다고 생각했었다.
위문장은 당신의 생각을 읽은 것이 아니다. 읽는 순간 나조차도 뜨끔한 이 문장은 저자가 책의 서두에 기술한 식물에 대한 첫인상을 기술한 것이다. 식물을 좋아하면 나이가 든 것이라고 말하는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식물을 위한 변론'은 생물학 서적 같은 딱딱함 대신 저자의 경험을 담은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 더해진 에세이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다. 팟캐스트를 운영한 저자의 경험 때문일까 흥미로운 소재들을 이어붙이는 기술이 탁월하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음 이야기를 물고 온다.
젊은 시절 매료된 곤충 도마뱀 뱀 등에서 시작된 관심은 저자를 채석장 복원 현장으로 이끈다. 자연에서 만난 다양한 풀들을 통해 식물들에게 푹 빠지게 된 그는 이후 자신만의 자생 정원을 일구게 된다. 이후 저자는 다양한 식물을 연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큰 팟캐스트 '식물을 위한 변론'을 진행하기에 이른다.
식물에 매료되어 자신만의 자생 정원을 꾸며보면서 그는 식물의 생태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종보다 치열하게 싸우고 나름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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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에 소개되는 식물들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예쁜 식물들이 아니다. 조금은 기괴하고 독특한 식물들로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방식을 되짚으면서 식물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어떤 식물은 화학물질을 내뿜어 주변의 식물을 죽이고, 어떤 식물은 꽃이 피기전까지 나방을 가둬두기도 한다. 식충식물은 식물이 살아남기 위해 진화한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케이스다. 일부 식물들은 기생을 통해 양분을 얻고 성장한다. 곰팡이에 기생하는 식물들도 존재한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들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인간인 나는...,. 스스로를 한 번 더 생각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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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위한 변론'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식물들의 이야기다.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듯이 생생하고 실감 나는 묘사와 표현이 매력적이다. 동시에 더해진 삽화는 이에 신비함을 더한다.
또한 출판사는 보기 쉽게 매력적으로 이미지와 내용을 배치했다. 목차, 간지 무엇 하나 대충 넘긴 페이지가 없다. 종이질 역시 독특한데 컬러 페이지를 염두에 둔 선택으로 보인다. 덕분에 독자들은 사이사이 배치된 사진과 설명을 통해 이야기와 눈의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독특한 식물들은 하나같이 아름답고 신비하다. 손에 놓기가 아쉬운 아름다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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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중요성은 단순히 아름다운 관상용, 약용성이 아니다. 식물은 지구의 허파이며 모든 생명을 책임지는 존재이다. 환경 파괴를 이야기할 때 파괴된 밀림과 숲을 이야기한다. 치열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식물들을 위협하는 건 그들의 서식지 파괴와 서식지를 침입한 외래종, 식물이 유용성으로 인한 인간들의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다. 약용으로 쓰이는 산작약은 그 유용성으로 인해 이제는 눈에조차 띄지 않는 희귀종이 되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이런 식물들의 소중함과 보호를 이야기한다.
'식물을 위한 변론'은 치열하게 살아남고자 하는 식물들의 강인한 생명력을 통해 그들에 대한 애정과 자연을 한 번 더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896213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