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를 선택한 이유는 5년 살던 집을 떠나 이사를 가기 때문이다. 문제가 많은 집이었다. 전에 살던 주인이 직접 설계했다는 집은 보일러관 위치, 창문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환기가 되지 않아 여름이 힘들었고, 겨울이 되면 영하의 온도에 수도관이 수시로 얼었다. 40년이 넘는 나이로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집. 변화하는 계절을 삐걱거리며 몸으로 직접 알려주던 집이었다. 이 집을 떠나면서 새삼 감상에 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미운 정이라고 집과 투닥이는 동안 정이라도 든 것일까. 시원 섭섭지 않은 감정들과 함께 집을 생각하게 되었다.
예쁘지도 아름답지도 않지만,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알고 있는 위치에 있는 집. 하나하나 내가 구매하고 만들어간 이야기를 가진 집. '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 이 책은 하나의 공간에서 우리 집이 되기까지 여정을 이야기한다. 그 안의 공간과 물건에 대한 이야기 속에는 가족의 역사와 삶의 애정이 묻어난다. 삶이란 무엇 하나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없구나. 오래된 앨범을 글로 넘기는 것 같은 책은 기록의 중요성이 삶에 대한 애정과 맞닿아 있음을 얘기한다. '예진문의 취미기록' '고작 이 정도의 어른'부터 '두 사람이 걷는 법' '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까지 이런 치열한 삶의 기록을 애정 한다. 애정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집으로 만들어갑니다'에는 한 집에서 생긴 세 번의 변화를 통해 만난 집에 대한 이야기다. 처음에는 이사를 갔다고 생각했는데, 주인은 긴 시간 이사를 가지 않았다. 대신 가구를 바꾸고 배치를 새로이 한다. 방에 이름을 붙여주었다 바꿔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집에 대한 친밀감과 애정을 기록한 책이다. 긴 시간 함께한 집은 더 이상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이 아니다. 적어도 이 가족에게는 집이란 또 하나의 가족이자 반려처럼 느껴졌다. 반려라는 게 동물과 식물이 아닌 공간에게도 생길 수 있다는 특별한 경험을 들려주는 책이다.
그 특별한 경험은 집과 함께하면서 얻은 삶의 노하우이기도 하도, 가구의 변천사를 통해 들려주는 가족의 변화, 성장이기도 하다. 집에 있는 물건을 비우고 다시 채우는 과정들은 가정에도 변화가 생겼음을 이야기한다. 필요 없는 것을 치우다가도 사람들에게는 애착하는 물건들이 생기고 쌓인다. 소중한 것들이 쌓이고 채워진 집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7년 저자와 가족들은 집과 사귀어가는 과정이라 말한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듯 집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그 단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시간도 온다. 지금 살고 있는 이 문제 많은 집과도 그렇게 사귀어 왔던 것일까. 5년을 사귄 인연을 떠나보내려니 섭섭한 것은 당연하다. 그저 이 경험을 통해 다음의 만남은 더 실수 없이 행복한 삶으로 연결되기를 기원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