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 호텔 스토리콜렉터 101
에밀리 세인트존 맨델 지음, 김미정 옮김 / 북로드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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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스 호텔'의 표지에는 '우아하게 직조된 비극'이라는 카피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구는 최근 루나 코인 사태를 두고 유시민 작가가 비트코인은 역사상 '가장 난해하고 우아한 사기'라 칭한 것과 닮아있다. 타인의 삶을 좀 먹는 사기에 '우아한'이라는 수식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루나 코인 사태는 폰지사기와 유사한 형태로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와 같은 배당을 지급한다. 문제는 이 신뢰가 무너지면서 신규 투자자가 인입되지 않을 때 이 구조는 무너지게 된다. 이 신뢰를 위해 하나의 대의명분이 생겨난다. 혁신적인, 전에는 없던 기술력을 무기로 무수한 코인들이 비상했다. 이 책에서 많은 이들은 무엇을 위해, 어떤 이유로 투자를 했을까. '글래스 호텔'에서 돈은 하나의 나라다. 사람들은 기회를 잡기 위해, 돈이라는 왕국에 입성하기 위해 조너선이 내민 환상에 기댄다. 성공을 하려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개인의 욕망과 그 허망함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

'글래스 호텔'에서는 역사상 최고 규모의 '메이도프 폰지 사기'를 모티브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열악한 동네 아파트로 시작하여 세련된 두바이 리조트까지 인생의 바닥과 최상층을 연상되는 이 간극. 이 안에서 사기에 휘말린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와 돈에 대한 욕망과 허망함을 찰나의 순간으로 묘사하고 있다.

“돈에 관해서라면 두 종류의 게임이 있는 셈이지.” 아침을 먹으면서 네미로프스키가 말한다. 그는 은행 강도 미수죄로 이곳에서 16년째 복역 중이다. 학교라고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닌 게 전부인데, 사실상 문맹이다. “하나는 다들 아는 게임이야. 시답잖은 일을 하고 월급을 받는 건데, 그래봤자 절대로 풍족할 리 없지.”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차원이 다른 게임이 있어. 돈을 벌어들이는 수준이 완전히 다르다고. 이런 은밀한 게임은 극소수의 사람들만 할 줄 아는데…….”

네미로프스키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라고, 나중에 알카이티스는 운동장을 돌면서 생각한다. ‘돈’은 그가 할 줄 알았던 게임이다. 아니다. 돈은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다. 그는 돈의 왕국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돈을 조너선에게 투자한다. 기관, 국부펀드, 학교기금까지 다양한 자금이 이 안에 포함된다. 남아도는 돈을 투자한 이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자신의 퇴직금을 전 재산을 투자했다. 그중 파산한 이들도 있었다. 소설의 표현처럼 그들은 깨진 유리조각을 삼키게 되었다. 그리고 범죄에 가담한 이들은 이것이 범죄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모른척한다.

당신이 기획한 사기가 그렇게 오랜 세월 성공을 거두려면 사실 수많은 사람들이 터무니없는 얘기를 믿어야 해요. 그런데 수익금을 받으니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죠.

모두 수익금을 받으니 신경 쓰지 않는다.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게도 나름의 타당한 논리가 있다. 그들이 '알면서도 모르는 것'처럼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해자. 사기꾼의 논리 아래 피해자들을 미숙한 투자자로 눈가림한다.

‘내가 잘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그래도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이 세상에 좋은 일을 해준 부분도 있습니다.’ 그가 줄리 프리먼에게 편지를 쓴다. ‘나는 수십 년간 수많은 이들에게, 자선단체에, 각종 국부펀드와 연금펀드에 거액을 벌어다 주었습니다. 이런 말을 해봐야 자기 정당화로 보이겠지만, 숫자는 숫자로 증명됩니다. 투자금 대비 수익금을 보시면 대부분의 개인과 기관들은 그들이 위탁한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받아 갔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주식시장에 투자해서 거뒀을 수익보다 제게서 훨씬 더 많이 벌어 갔습니다. 따라서 그들을 피해자라고 부르는 건 부정확한 용어 사용이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돈에는 두 가지 게임이 있다. 한 가지는 급여로 월급을 받는 것, 그리고 다음은 획기적인 소수만 알고 있는 게임. 큰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동시에 큰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야 한다. 아름다운 꽃에 가진 독이 있음을. 최근 루나 2가 발간되었다. 루나 코인 사태로 많은 이들이 손해 보는 가운데, 루나 2로 신규 투자자 유입을 통해 만회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역사적 사실은 소설로 영화로 그리고 현실 속에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똑같은 사건들은 반복되고 있다.

소설 글래스 호텔, 유리로 만들어진 집은 외관은 화려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 내구성이 없는 집은 발을 딛는 순간 와장창 깨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순간의 선택이 깨진 유리를 삼키는 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소설 안에는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게 된 이들과 목숨까지 잃게 된 사람들의 비극적인 운명들이, 이야기와 달리 결코 끝은 아닌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62033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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