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 예술과 영감 사이의 23가지 단상
이묵돌 지음 / 비에이블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재들은 어떻게 영감을 얻는 걸까? 천재들과 예술과 영감의 원천을 알아보기 위한 책이라는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책을 펼치니 조금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장편을 쓰게 된 이유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술과 도박으로 인해 곤궁했던 그는 돈을 마련하기 위해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 등 대작을 써 내려간다.

'본 투 비 블로'로 많은 이들에게 각인된 쳇 베이커, 그는 술과 마약에 찌든 삶을 살았다. 표지 뒤 편의 이미지와 바로 두 페이지 뒤의 남자가 같은 사람이라니 믿을 수 없을지 모른다.(마약 공익광고로 쓰기 딱 좋은 사진) 마약이 한 사람을 어디까지 파멸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편이라 할 수 있다. 술과 마약을 위해 그는 트럼펫을 불었고, 술과 마약으로 인해 그는 평가절하 되었다.

천재들은 대체 왜 이런 걸까.

천재들의 삶은 대체 왜 이런 걸까.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이 책은 천재에게 영감을 주는 책이 아니라, '천재의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범인의 눈과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천재들의 삶을 다루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무엇보다 숭고하고, 존경감이 치솟다가도 다른 이야기를 읽는 순간 처참함이 느껴진다. 어쩜 이렇게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피폐한 삶도 존재한다. 숭고하다고 더 나은 작업물을 보답하지도 않고 처참하고 피폐하다고 그 결과물을 보다 아래라 말할 수 없다. 그것이 예술의 아이러니다.

몇몇 사람이 태어나기에, 지구는 너무 파랗고 차가운 행성일는지도 모른다.

책 속의 문장 중 이 문장은 너무도 아름답고, 문장은 시리게 닿는다. 이 책을 통해 천재들의 영감을 가져오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저 그들은 천재였고, 지구란 행성을 스쳐 갈 뿐이다.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이 책의 활용

무언가 하는 일이 막힌다면, 자신의 자존감이 떨어진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경이로운 세계로 보이는 작품을 보면 사람들은 대략적인 짐작으로 작품을 만든 예술가 역시 작품과 같은 삶을 살 것이라 생각한다. 카라바조의 비참한 말년, 자신의 열등감을 작품에 반영한 피츠제럴드. 작품에 반영된 예술가의 삶이란 항상 긍정적이고 밝고 숭고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예술가의 내면에 들러붙어 있는 꾸덕꾸덕하고 끈적한 덜어내기 힘든 감정에 가깝기도 하다.

예술을 향한 천재들의 여정을 보다 보면 안쓰러움과 애처로움, 더러는 어이없음, 존중감. 다양한 감정들이 떠다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천재로 태어나지 않은 자신의 삶을 다행이라 여길지 모른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어쩌면 하루키 같은 삶이 최고 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고 가장 부러웠던 천재의 삶은 하루키였다. 이 책을 읽는 독자 중 가장 닮고 싶은, 부러운 천재의 삶은 어떤 예술가 일지 궁금하다.

천재들은 파란색으로 기억된다

책 속의 문장들

다시 말해두지만, 이 글에는 쳇 베이커라는 사람을 두둔하거나 깍아내리려는 어떤 의도도 없다. 난 그저 그가 받은 과대평가와 과소평가, 그리고 이 두 바늘귀를 훌륭하게 관통해나가는 찬양과 무관심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놀라울 정도로 슬프고, 슬플 정도로 놀랍다. 몇몇 사람이 태어나기에, 지구는 너무 파랗고 차가운 행성일는지도 모른다.

쳇 베이커 Chet Baker 단 한순간도 트럼페터가 아닌 적 없던 남자 중에서

한번 들어봐. 누군가 나팔로 음표로 도려내는 것 같으면, 그가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야.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트럼펫으로 음표를 도려낼 수 있다면 중에서

그러나 9년이 지난 2021년. 나와 동갑내기인 오타니 쇼헤이는 계속해서 이도류를 이어가고 있고, 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투타 모두 MVP 수준의 활약을 보였으며, 결국 만징일치로 MVP를 수상해냈다. 이제 보니 오타니에게 있어 이도류는 단순한 콘셉트나 고집 같은 게 아니었다. 야구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 미련할 정도의 신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목표,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녹아 있는 삶.

오타니 쇼헤이 大谷翔平 거 봐, 틀린 건 아냐. 아주 못할 건 또 없다니까 중에서

소설에는 인간 정신의 가장 위대한 힘이 표현된다. 인간 본성에 대한 가장 완벽한 지식, 인간 본성의 다양한 모습에 대한 가장 행복한 묘사, 재치와 유머의 가장 활력있는 토로가 최고로 정제된 언어로 세상에 전달되는 것이다.

제인 오스틴 Jane Austen 역사상 가장 로맨틱한 미혼의 작가 중에서

인생에는 언제나 그렇듯 양면적인 사건들이 일어나곤 한다. 프리다 칼로의 삶과 죽음이, 고통과 기쁨이, 행복과 불행이 비현실적인 형태로 맞붙어 있는 것처럼. 그녀 말대로 '오래오래 살고 볼 일'이다.

프리다 칼로 Frida Kahlo 오래 살고 보면, 정말 그런 날이 올지도 모른다 중에서

읽고 나서

저자가 글을 너무 맛있게 써서 한 권의 책이 재밌게 술술 넘어간다. 전부 읽는 데 두 시간이 채 안걸렸다.

물흐르듯 흘러가는 문장, 그 안에 녹아든 천재의 삶. 저 위 손이 놓지 않는 예술과 바로 내 옆에 와 있는 예술가들의 삶의 간극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영감의 편린이란 대체 무엇일까. 그저 그들이 부럽고, 안쓰러웠던 나와 달라 책을 읽는 이들은 그 원천을 찾아 낼 수 있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2784235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