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의 세계
고요한 외 지음 / &(앤드)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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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숫자 때문인지 올해는 유독 "2"에 대한 관심이 넘친다. 2022년 2월 22일 콩콩절이라 칭해지는 만년 2등으로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친 홍진호를 기념하는 행사까지 열렸다. "일등 만을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퍼지던 시대에서 그다음, 두 번째를 주목하는 오늘. 일곱 명의 작가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삶에서 일어나는 현재 진행형의 사건들, 알지만 미처 버리지 못하는 것들, 삶의 또 다른 이면과 그다음을 알리는 "2의 세계" 삶이 녹아 있어 더욱 의미 있고, 신비하며, 비밀스러운 우리의 이야기이다.

다음이 있다면

구조조정으로 퇴사를 앞둔 미진이 만난 사촌. 죽음의 위기를 넘긴 사촌은 현재 시간이 덤으로 주어진 것 같다는 말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망한다. 모두가 사촌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가운데, 사촌의 사망 시점으로 멈춰버린 미진의 일상. 하루하루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미진에게 주어진 폐점을 앞둔 카페일.

선을 계속 그어야 면을 채울 수 있어.

드로잉 북은 반 정도 남아 있었고 사촌은 앞으로 채색도 배울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반년 동안 자신이 새롭게 시작한 일과 그만둔 것,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페에 혼자 있을 때 미진은 사촌이 하고 싶다고 했지만 할 수 없게 된 일들에 대해, 선을 여러 번 그어야 채울 수 있는 펜 드로잉의 면에 대해, 인터뷰에서 미류가 말했던 몰입에 대해 생각했다.

코너스툴

이반, 이인, 퀴어 다양한 명칭을 가졌으나 규정되지 않은 또 다른 삶에 대한 이야기. 코너스툴의 뜻처럼 누군가의 쉼터가 되어주고 싶지만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반' 작가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소설. 처음의 오해와 오해가 풀려가면서 나오는 그 이면의 또 다른 이야기를 영리하고 매력적으로 풀어낸 소설이다.

책방을 열어야 하니 책방 이름을 지어야 했고,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가 ‘코너스툴’이었어요. 삶은 누구에게나 링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우리는 비록 링에서 싸우듯이 살아가고 있지만, 잠깐씩 앉아 쉬어 갈 구석 자리가 필요하죠. 사람들에게 이 서점이 그런 자리가 됐으면 해서 지은 이름이에요.

레즈비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동성애 용어들을 샅샅이 뒤져봐도 ‘이반‘이라는 말에 대한 정의는 없었어. 나는 궁금한 마음에 그곳 익명 게시판에 질문을 남겨두기도 했어. 모두들 ‘이반‘이라는 말을 편하게 쓰는데 정확히 무슨 뜻이냐고,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다고 말이야. 댓글에는 그 어원이 정확하지 않지만 ‘일반‘ 이 아니라는 의미로 숫자 1이 아닌 2를 붙여서 이반으로 부르기도 하고, 영어 단어 ‘Queer‘의 의미를 붙여 이인(異人)의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도 적혀 있었어.

읽고 나서

삶에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할까. 내가 만약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이 세계에 나와 똑같은 존재가 있다면, 두 번째 삶을 마주하는 순간이란, 일반이 되지 못한 이반의 삶. 평행우주와 멀티버스 같기도 하고, 삶의 이면 또는 그 비애를 다루는 이야기.

삶 속에 녹아 있는 다양한 "2"에 대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2라는 숫자를 일등, 이등이라고만 생각한 나는 얼마나 일차적이었던가. 다양한 해석으로 머릿속이 한 층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여운을 느끼며 한 번 더, 그다음을 얘기하며 녹여갈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25117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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