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 인권운동가 박래군의 한국현대사 인권기행 2
박래군 지음 / 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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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우리의 역사는 아프기만 하다. 3.1절, 4.19혁명, 5.18 광주 민주화 운동까지. 피와 슬픔 위에 놓인 역사를 우리는 가슴에 새기고 있다. 이런 역사의 현장은 대부분 인권을 찾기 위한 투쟁의 현장이다.

평생 인권운동에 매진한 저자 박래군은 전작 '우리에겐 기억할 것이 있다'에 이어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라는 후속작을 발간했다. 전편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남영동 고문치사 사건 등 역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다룬 책으로 저자가 기재한 사실감과 현장감으로 인한 후유증이 꽤 큰 책이다.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는' 그 후속편으로 우리 삶 너무 가까이에 있어 참극을 떠올리지 못하거나, 삶과 역사의 외곽이 밀려나 미처 몰랐거나, 최근 부각되어 사람들이 알아가는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동두천과 용산은 너무 가까운 장소다 동두천에 미군 기지가 있었고, 양공주라 불리며 미군들에게 몸을 팔던 여인들이 있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돈을 위해 그들이 자발적으로 몸을 팔았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사실의 전부는 아니다. 일부는 납치되어 강제로 미군 위안부가 되었고, 이에 저항하다 살해된 여인들도 있었다. 한미우호 광장 바로 앞이 윤금이 씨가 사라진 장소다. 하필 이름도 한미우호 광장, 아이러니한 장소이다. 그 잔인한 현장에는 어떤 알림판이나 설명도 나와 있지 않다. 역사는 미군의 만행을 외면한 채, 그 흔적이 조용히 사라지길 바라고 있다.

거주지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과 이를 쫓아내려 한 이들. 용산 재개발 현장의 싸움은 보다 치열했다. 철거민들은 망루 속에서 저항했고 이를 제압하려는 대치는 긴 시간 이어졌다. 그러던 중 불이 났고 미처 피하지 못한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특공대원이 죽어서 내려오게 되었다. 탈출하다 떨어진 부상자들은 몇 차례의 수술을 받고 이들 중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려 생을 마감한 이가 있었다. 용산 참사 당시 구호가 '여기 사람이 있다'라고 한다. 세월호에도 비슷한 구호가 이어졌다. 우리는 언제쯤 사람과 인권을 욕망 앞에 세울 수 있을까.

수풀이 무성하지만 어쩐지 음험해 보이는 깊은 산골짜기. 무슨 일이 벌어졌을 것만 같은 분위기의 표지 사진은 거창 박산골 민간인 학살터다. 1950년, 517명의 남녀노소 주민들이 이곳에 모여 총살당했다.

골로 간 사람들 중에서

생명을 살리는 일이 인권이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찾아간 현장은 순교와 박해, 분실과 자결이 벌어지는 참극의 현장이다. 이 슬프면서도 참담한 현장을 저자는 직접 찾아가 본다. 잊혀진 장소들은 길도 명확지 않아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적는다. 심지어 현지인도 잘 모르는 곳, 아예 길이 없는 곳도 있었다. 그들이 흘린 피가 있었기에 인권운동은 명맥을 이었고, 기독교라는 종교가 이 땅에 자리할 수 있었다. 소수자의 인권과 계급 차별에 대한 저항이 있었기에 지금의 민주 사회가 있을 수 있었다. 그 장소들을 기억하는 것이 후손들의 의무가 아닐까.


저자가 흐려져 가는 기억의 현장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책 제목 '상처는 언젠가 말을 한다'처럼 이 땅 곳곳의 상처들은 아무리 가려져 있어도 언젠가 입을 열고 말을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그 기억들은 우리의 영혼에 새겨져 있다. 불의에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갈 줄 아는 시민들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인권 운동가와 그 삶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어떻게 인권운동을 시작하게 되었을까. 사회적 불의와 역사적 소명을 받고 거리에 나선 사람들일까. 책에서 소개된 인물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인권 운동가 이소선의 삶이 나와 있다. 그녀는 분신한 아들의 유지를 이어받아 평생을 인권운동에 헌신하였다. 동시에 저자 박래군 인권 운동가의 삶이 겹쳐졌다. 그 역시 광주 학생운동 사건으로 책임자 처벌을 물으며 분신한 동생의 유지를 이어받아 인권 운동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때로는 장소가 사람이 역사의 흔적이 되곤 한다. 우리의 역사 더는 이런 상흔이 새겨지질 않길 기원한다.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눈물이 저절로 차올라 페이지를 넘기가 힘들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8343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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