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묘한 책이다. 무속인이 쓴 에세이이나 무속을 옹호하는 책은 아니다. 점에 맹신하는 이에게 차라리 주변을 한 번 돌아보는 게 어떠냐는 조언을 하는가 하면, 어떤 굿은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웃사이더 마냥 무속에 대해 반대하는 책 또한 아니다. 무속인으로의 저자는 그저 삶의 조언자에 가깝다. 불길한 꿈을 꾸면 꿈해몽을 찾고 피하려 하듯 한 번 믿어보라 말한다. 운명에 따라 무속인이 된 저자는 신기하게도 운명은 개척의 영역이라 말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삶을 변화시키려고 하려는 노력이다.
변화를 얘기하는 주제는 강신무라는 운명을 타고난 무속인이다. 누군가는 사탄이라 말하고, 알 수 없는 손가락질과 비난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저자의 입장에선 퍽 억울한 일일 터였다. 그리고 그가 들어선 무속의 길에는 무턱대고 점과 미신을 맹신하는 나약한 마음과 이 약한 부분을 건드려 돈벌이로 삼는 상황이 존재한다. 자신이 들어선 길을 무턱대고 사랑하고 받아들일 수도 없고 배척할 수도 없는 삶. 어쩌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이 그의 삶에 유일한 구원이 아니었을까.
나는 당신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입니다.의 기본적인 분위기가 조금 쓸쓸해 보이는 것은 저자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세상 많은 부분이 그를 사람으로 여기지 않기에 더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느낌이 드는 부분이 있다. 어쩌면 그가 상담을 해준 많은 이들은 동시에 저자를 치유해 주었던 것은 아닐까.
저자의 삶을 구원한 것은 수녀님이었고, 그의 반려견이었고, 십 년을 지켜온 꿈이었다. 십 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마주하면서 그가 배운 것은 삶을 개인의 의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작은 식당을 열게 된다. 앞으로의 저자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저자의 삶을 응원한다.
저자의 삶을 구원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의 삶을 구원할 수 있는 가장 큰 두 가지는 다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첫 번째,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미숙한 개인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바꿔 나갈 수 있다. 무속이란 그 부족함을 메꿔주는 하나의 매개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 너무 의존할 필요도 배척할 필요도 없다. 두 번째,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무속에서는 운이 아무리 좋아도 그 운을 이끌어 주는 것은 귀인이 있어서 더 큰 운으로 나아갈 수 있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는 가르침, 혼자서 잘 살겠다는 생각보다는 내 주변을 한 번쯤 돌아보는 배려를 갖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