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평짜리 공간
이창민 지음 / 환경일보 / 202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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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알리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돈이 없어서, 집이 없어서, 일자리가 없어서 힘들어하고 이에 대해 불평을 한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보려 한 적이 있었나, 적어도 나의 경우엔 없었다. 그저 개인의 게으름으로, 나 하나의 문제로 끝이 난다. 모든 문제는 거기서 멈추는 것이다.

서울에서 아파트 한 채를 가지려면 10억의 돈이 필요하다. 대한민국 최저 시급으로 계산된 급여는 200만 원이 채 안 된다. 계산하기 편하게 200만 원으로 10억을 모으려면 돈 한 푼 쓰지 않고 500개월이 걸린다. 41년하고 6개월이 걸린단 소리다. 60~70대 어르신들은 취업난에 대한 문제로 20대가 눈이 높아서라고 말한다. 그 어른들은 집 문제에 어떤 이야기를 꺼낼까. 이는 개인의 게으르고 안일함이 문제일까. 정말 한 개인의 문제인 걸까? 이는 사회적 제도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왜 문제가 있음에도 우리는 방법을 모색하고 찾지 못하는 것일까.

열 평짜리 공간의 저자는 본인이 열 평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식주의 문제, 그중에서도 가장 도태된 주거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또한 이 경험을 통해서 2~30대의 젊은 청년들이 겪고 있는 주거의 문제가 비단 개인의 문제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사회가 극복해야 할 하나의 과제임을 깨달은 저자는 이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한다. 저자는 주거 판갈이론을 얘기하면서, '주거 보험'이란 방식을 제안한다. 이를 탁상공론에 멈추지 않도록 공론화, 현실화할 방안을 모색하고 찾고 있다. 사단법인을 세운 저자는 SNS를 통해 이 문제를 공유하고 다양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노력은 미미할지 모르지만,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한 직접 참여에 가깝다. 정치적이란 의미다.



'정치' 이 두 글자에 인상이 찡그려지는 이들이 많을지 모르겠다. 우리는 참 정치를 싫어한다. 그런데 '주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방향을 모색하고 찾을 수 있을까? 정치라는 단어를 빼놓을 수 있을까.

카뮈가 1939년도에 프랑스의 일간지에 실은 기고문을 엮은 '카빌리의 비참'이라는 저서에는 식민지였던 카빌리라는 지역의 비참함에 각종 자료와 증언을 통해 세상에 고발한다. 사람들의 인식은 그 지역 사람들은 게으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안일한 정신 상태'와 '게으름' 이것은 한 사회가 약자와 빈곤층에 흔히 찍는 낙인이다. 카뮈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인 카뮈는 '카빌리의 비참은 빈곤으로 시작되어 빈곤으로 귀결된다.'라고 적는다. 자금이 감소된 지역은 경제공황으로 일자리가 줄어듦과 동시에 지역은 굶주림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가난으로 인해 카빌리는 점점 더 고립되어 갈 뿐이다. 그들은 보통 이들에 두 배에 가까운 일을 하지만 급여는 생존을 보장할 정도로 충분치 않다.

카뮈는 이 책에서 지역에 투표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대립을 해결해야 한다는 정치적 개선을 제안한다. 그들에게 지급되는 보조금과 낭비되는 자선기금은 모아 새로이 운영해야 한다는 제안과 더불어 그들에게 직업 교육을 통해 공업 농업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저널리스트로서의 카뮈가 말한 대부분의 방식이 교육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정치의 영역이란 점이다. 많은 이들이 정치를 혐오하고 싫어하지만 우리의 삶을 바꾸는 근본은 정치에서 나온다.

정말 다행스러울지 모르겠으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이야기를 하자면 이는 비단 우리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과 영국 서구의 다양한 나라들이 현재 대도시의 오르는 집값으로 인해 떠도는 삶을 사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영국에는 집이 없어 요트에서 생활하는 요트족이 등장했다. 미국에서 부는 대물림되고 계층은 더욱 공고해져 가고 있다는 리포트와 수치가 나오고 있다. 우리만 고민하고 우리만 겪는 문제는 아니란 소리다. 그런데 어느 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째서 일까.

아마도 이는 주거의 문제와 계층에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100여 년 전에도 현시점에서 역시 우리는 가난과 빈곤을 개인의 게으름으로 치부하기 때문이다.




열 평짜리 공간의 저자는 이러한 관점을 바꾸는 방식으로 '주거 판갈이론'을 들고 나온다. 고인이 된 노회찬 국회의원의 유명한 말 '판갈이론'에서 가져온 이야기다. 주거보다 사람이 우선되어야 하며, 기존에 문제시되던 부분들을 바로잡기 위해 시행된 지자체 사례를 가져온다. 또한 주거 불평등은 기성세대를 비롯한 모두에게 영향력을 초래하기에 이 바로잡음의 의미는 무엇보다 크다.

암소 갈비를 드시던 분은 불고기를 드세요. 그러면 옆에 사람이 라면을 먹을 수 있습니다. 6411버스나 판갈이 등 낮은 자리에 있던 분들을 위해 진정 싸워왔던 정치인. 노회찬 의원의 말을 떠올리면 항상 눈물이 난다.

물론 이 책의 이야기에 모두 긍정할 수는 없다. 열 평짜리 공간은 완벽한 책이 아니다. 부족함과 아쉬움을 함께 끌어안고 있다. 주거 보험의 내용은 여러 번 읽어봤으나 숫자와 정책에 약한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순간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슬로건과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 예시 역시 반발할 수 있는 정책들이 많다. 주거 판갈이론에서는 100원 택시를 예로 들었으나 이는 인구가 적은 농촌(아산)이기에 가능한 사례가 아닐까. 주거의 문제는 전국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리고 그 문제에는 돈, 예산이 문제다. 개인들은 자신의 삶이 개선되길 바라지만, 본인의 부담은 늘지 않길 바라는 모순을 가지고 있다. 부자들에게 불평을 감수하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들 역시 국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책이 젊은 친구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와야 하고, 사람들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이 이야기는 공론화되고 여러 매체를 통해 회자될 것이다. 토론을 통해 정책은 보다 다듬어지고 견고해질 것이다. 사람들은 문제 인식이 커져야만 해결 방안이 크다. 집값 문제는 항상 정치적 쇼로 끝나고 만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도 이리저리 바뀌어간다. 왜일까, 욕망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자들이 더 힘이 세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주택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하여 이 외침이 그저 순간의 불빛처럼 사그라들지 않을까 그 점이 걱정이다.




"나는 아니니까 괜찮아" 또는 "내 주변은 아닐 거야" 하는 그런 안일한 생각은 큰 위험과 혼돈을 초래할 수 있다. 내 가족 주변 또는 자녀와 같은 미래세대, 우리 이후의 세대 구성원들은 미래 가치이자 소중한 존재들인데, 나비처럼 비상하기도 전에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세계 학자들이 말한 대로 대한민국이 가장 빨리 인구가 감소하고 멸망하게 될지도 모른다.

공간에 대한 가치와 소중함 그리고 미래자산

2022년 대한민국은 선진 국가에 들어섰고, 인구 증가율 0.88로 소멸 예정 국가로 세계 학자들이 논하고 있다. 인구는 더 줄어 10년 뒤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 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그 근간에는 결혼 시에 장만하는 집, 주거 문제가 가장 큰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간 젊은 청춘들의 시행착오와 힘듦에 대한 다양한 에세이를 읽고 서평을 써왔다. 그 책들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어땠는가. 고생을 순간으로 생각 한 채 로망처럼 소비해온 것이 아니었을까. 이 글을 쓰는 내내 그간 읽은 책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사회와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부디 이 책이 다른 이들에게 조금 더 알려지길 소원한다. 조금 더 이 이야기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74646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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