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미술관 - 20가지 키워드로 읽는 그림 치유의 시간
김소울 지음 / 타인의사유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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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림이 재밌다고 말한다. 붓으로 캔버스에 물감을 바른 것뿐인데 재료비의 수천, 수만 배의 값에 팔리는가 하면 감동을 주기도 하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림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이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 아닐까. 작가들이 그린 다양한 그림들은 인간의 외적 내적인 모습, 심지어 무의식 영역까지 담고 있다.

마음 챙김 미술관은 삶의 다양한 영역을 4가지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1편에서는 삶에서의 선택, 2편에서는 그림으로 표현된 인간관계, 3편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들여다보는 그림에 대해, 4편에서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 위한 다양한 선택을 보여주는 그림들을 소개한다. 삶에 관심은 읽는 독자 모두가 다를 것이다. 목차를 훑다가 마음이 가는 편이나 이야기들을 먼저 읽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좋은 독서 방법이 될 수 있다. 펼치는 페이지마다 멋진 그림들과 이야기가 마음을 다독여준다. (일부는 너무 강렬하고 무서운 그림이 튀어나와서 보는 이를 놀라게 하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그림일 것이다. 다음은 그림을 그린 작가다. 주제와 관련된 그림을 통해 진행되는 이야기도 있지만, 작가의 일화를 통해 사건에 대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일화가 많은 편이다. 작가가 그림을 통해 어떻게 그 위기를 극복했는지 그림이 나온 배경을 알게 되는 것 역시 그림을 보는 재미를 더한다.

뭉크의 <툴라 라르센과 자화상>에는 뭉크가 사랑했던 마지막 여인 라르센과 뭉크 자신이 등장한다. 결혼을 하고 싶어 했던 여자친구와 결혼을 원치 않았던 뭉크 사이에 굵은 세로줄이 그어져 있어, 이 둘의 갈등을 극명히 보여준다. 심지어 뭉크는 그가 불안의 상징으로 많은 작업에 사용했던 녹색 자화상을 배경에 그려 넣기까지 한다.

인간이 갈등을 가지는 원인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때문이다. 누군가와의 관계가 없다면 갈등을 가지게 될 이유도 없다. 그렇기에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무엇을 바꿔나갈 것인가에 대해 살펴본다면 갈등을 극복하는 방법과 가까워질 수 있다. 인간관계를 구성하는 네 가지 요소는 나, 너, 관계, 그리고 환경이다.

나는 너를 바꿀 수 있을까 중에서

뭉크의 삶에서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정리해 보았을 때, 그가 이러한 절망의 시간들 속에서 희망을 바라보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삶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했다. 대학병원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하고, 그림으로 대중들에게 더 다가가기도 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뭉크는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기를 선택했고 오슬로 대학에서 벽화 의뢰가 들어왔을 때, 회복의 희망을 담은 그림 <태양>을 그려낸다. 이 그림을 보면, 밝은 태양빛이 그림 구석구석까지 빛을 전달하고 있다. 우울한 감정과 상처받은 모습을 생생하게 표현하여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었던 작가인 만큼, <태양>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희망의 빛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상처를 드러낼 것 중에서

특히 이 책에선 뭉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절규'로 대표되는 그의 그림 때문에 그의 그림이 우울했을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으나 그의 그림 중 '태양'이라는 그림을 보니 또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가족들의 죽음으로 인해 평생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두려워했던 작가 뭉크, 그에게 그림이란 치유의 도구이자 죽음과 싸우는 수단이지 않았을까. 그가 그린 '태양'이란 그림이 주는 희망과 밝음은 그래서 특별하고 애잔했으며 슬프기도 했다.

그녀는 평생 자화상을 그리면서 자신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자아를 만난다. 이렇게 그림은 그녀에게 굉장히 큰 힘을 선사했고,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신념을 불어넣었다.

고통을 이겨내는 힘 중에서

그림으로 자신의 불행을 이겨낸 작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름은 '프리다 칼로'이다. 신체에 대한 불행, 배우자의 외도. 삶에 휘몰아치는 고통을 그림이라는 무기로 싸운 화가. 그 힘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고 감싸 안은 여인. 그림을 통해 그녀는 자기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동시에 그녀는 세상의 불합리함을 그림을 통해 고발하고 싸우기도 했다. '단지 몇 번 찔렀을 뿐'이란 그림은 배우자의 외도를 통해 그녀가 얼마나 상처받았은지를 자신에게 인식시키고, 그것이 얼마나 불합리한 일인지를 알리는 일이기도 했다. 그린다는 과정을 통해 그녀는 강해졌고 동시에 위대해졌다. 그 강함이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던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마음 챙김 미술관은 그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림 자체의 이미지와 그림을 그리는 작가의 상태와 그림에 얽힌 배경. 그리고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우리의 삶 이야기까지. 그림을 좋아하는 이들도 즐겁게 볼 수 있고, 심리를 안정시키고 싶은 이들도 효과를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림이 주는 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또한 많은 화가들이 평생을 끌어안고 있던 우울감과 열등감 불안감을 그림을 통해 극복하고, 스스로를 치유해왔거나 혹은 버티어 왔음을 알게 되었다. (심리적 불안감이 있다면,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의 고독감과 그들이 스스로의 절망을 극복하는 과정이 담긴 그림을 통해 위로와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삶이 바닥을 쳤다고 느낄 때, 다른 이들에게 말 못 할 고민이 있을 때, 삶의 곱이 곱이마다 우울감에 가라앉기보다는 가까운 미술관을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마음 챙김 미술관의 그림을 보며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고통 나 혼자만 겪어온 것은 아니라는 안도와 함께, 그림이 건네오는 다정한 위로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70992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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