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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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10년 전 SF가 문학에선 비주류였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당시에 글을 쓰는 작가들은 상상력과 SF를 사랑하는 마음 그 두 가지 만이 있었던 것 같다. 90년대 우리 옆 동네에서 좀비가 UFO가 뭐든 나올 것만 같은 '우리 옆 동네 (혹은 우리 뒷동네) SF' 스타일 앤솔로지. SF 맛 좀 봤다면 이건 선물이자 축복 같은 앤솔로지가 아닐까.

수능과 입시 햄버거와 학원 괴담, 한국에서 노동을 하게 된 뱀파이어와 떡볶이의 상관관계, 사건 진술조서에 등장한 UFO, 광화문 인근을 수호하는 노병들, 자신을 시민이라 주장하는 살인 병기 로봇까지. 다양한 소재들을 비틀고 두들겨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냈다.

개인적으로 광화문이라는 친숙한 소재와 우리 주변에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지하철의 수호자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을 노병들로 영웅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태극기 부대라는 이미지는 우리가 가진 고유의 것들을 많이 퇴색 시켰다. 그 사이 완충 지대가 없다면 소설을 과거와 같이 순수한 눈으로 보기가 힘든 세상이 되었다. 소설이 슬픈 것이 아니라. 세상이 슬프게 바뀌었다.

한때는 SF 그 자체였던 이미지들이 이제는 비주류가 되어 찾아왔지만, 그때의 작가들은 보다 단단해져 고마웠다. 이 책의 하나의 장르가 되어 계속 키치 하고 마이너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보다 깊게 보다 넓게 보다 연속적으로. 팬으로서 욕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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