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소설이다. 아이들이 저지른 범죄에 화가 났지만, 아이들이 소중히 간직한 병뚜껑과 조약돌을 보다 보면 아이는 아이구나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 벽에 그려진 매춘부라는 낙서를 보면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진다. 소설 속 아이들을 어떻게 평해야 좋을까?
법과 규율이 없는 세상 속의 아이들에게 현 규정으로 아이를 벌할 수 없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의 죄를 용서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 책의 홍보문구를 파리대왕이라고 말하지만, 조금은 결이 다른 방식으로 제도권의 구멍을 얘기하고 있다. 그들의 태도를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다.
영화 '아무도 모른다'에서는 제도권 밖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이 나온다. 동생의 죽음을 알릴 수 없어 여행 가방에 넣어 임의의 장소에 묶는다. 이것 역시 죄라면 죄일 것이다. 하지만 죄를 물을 수 있을까?
아이들 못지않게 흥미로운 것은 슈퍼마켓 사건 이후 사람들에게 번지는 공포와 두려움이다. 마치 전염병 같은 그것은 형태도 실체도 없으나 사람들은 광신도처럼 무언가를 믿고 있다. 마치 그것이 없어지면 괜찮아질 것처럼 말이다. 이 아이들은 제도권 속에 살았던 존재들이 아니다. 그들의 룰은 우리의 룰과 다르다. 두려움 앞에서 그 말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모두 그 아이가 사라지면 평화를 얻을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 편협한 태도는 그들만의 잘못일까.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듯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난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특히 무슬림), 비둘기나 길고양이를 이유 없이 혐오하는 자세.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아도 유사한 사례는 금방 찾을 수 있다. 찝찝한 뒷맛과 부끄러움이 뒤엉켜 쓴맛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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