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의 재미, 춤의 어려움 - 발레부터 케이팝 댄스까지
허유미 지음 / 에테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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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왜 춤을 추는 것일까?

춤은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BTS의 퍼미션 투 댄스 이 댄스는 방탄 소년단 챌린지를 통해 다양한 댄서와 빌보드 유명 가수들이 참여했다. 제니퍼 로페즈 엘튼 존까지 BTS의 퍼미션 투 댄스를 춘 것은 신기를 넘어 경이로운 일이다. 최근 화제가 된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 유튜브 틱톡을 통해 개인뿐 아니라 전문가까지 수많은 이들의 댄스를 볼 수 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춤의 홍수의 시대.

이런 춤을 보다 보면 문득 춤은 어디서 온 것일까?라는 호기심이 든다. 우리는 왜 춤을 췄으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일까. 타인의 춤을 보는 건 신나는 일이지만 춤과는 먼 우리의 삶. 저자는 우리의 일상이 '몸의 언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라 전한다. 이 책을 택한 이유는 우리가 왜 긴 시간 춤을 춰왔는지 그 의미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춤의 발전과정과 철학적 사회학적 다양한 시각으로 그 의미를 분석한다. 하여 춤을 취미와 교양으로 접하고 싶은 이들, 또한 춤에 대한 막막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이 책은 시작, 1장에서는 고전의 발레로부터 시작한다. 형식과 기교의 최강자로 중세 시대 발레는 궁정 연회와 사교춤이 뒤섞인 춤이었으나 현대에서는 전문화된 무대 구성을 통해 새로운 예술의 한 형태가 되었다. 또한 명료한 동작과 정형성은 몸의 언어, 표현방식을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었다.

2장에서는 발레에게 반기를 든 현대무용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정형적이고 기계적인 발레의 표현방식에 의문을 가진 이가 있었다. 그는 현대 무용의 창시자 이사도라 던컨이다.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형태, 보다 자유롭고 다양한 춤의 언어를 보여준다. 현대의 무용은 자율과 독립을 통해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으로 나아가게 되었다. 고전 무용과 현대 무용 두 가지를 비교하더라도 관람자는 두 가지의 표현방식을 알고 있다. 형식의 언어와 표현의 언어. 몸이 보여주는 이 표현 방식을 통해 그 의미를 살펴보는 것도 춤을 보는 또 하나의 재미가 될 것이다.

3장에서는 춤의 구성과 기술 형태와 해석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 이를 통해 독자는 춤의 공연에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춤에서 말하는 형식과 표현 두 가지 키워드를 통해 구조화된 작품과 표현이 두드러지는 작품의 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깊어진 시각만큼 춤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몸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4장은 춤의 교육 방식을 다룬다. 발레를 통해 아카데미가 활성화되고 학교, 전문적인 교육기관을 통해 육성하는 시스템이 갖춰지게 되었다. 현대에서는 춤 아카데미, 학교를 통해 생태계가 형성화되고도 하였다.

5장에서는 우리나의 고전 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장이기도 하다. 전통춤의 특징과 의미에 대해 설명한다. 탈춤을 즐겁게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 춤은 느리고 반복적인 동작이 많기 때문에 그 의미와 재미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나 궁중 춤에서 말하는 음양과 팔괘 우주에 대한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보는 이들은 장엄하다, 대단하다고 느낄 수는 있으나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몸이 하나의 기호와 상징이 되는 궁중과 제례에 사용되는 춤은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른 의미로 봐야 한다. 민속춤과 무속 춤, 사찰 춤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전통춤이 존재한다. 춤의 형태와 속도 시각차는 계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그에 따라 기호적이거나 감정적인 표현방식으로 이를 설명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게 읽은 챕터였다.

강강술래의 놀라운 점은, 지극히 쉬운 놀이로 엮여 있지만 이 춤을 다시 배우고 나면, 누구든지 우리 기본적인 춤사위 굴신, 호흡, 어깻짓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개인 춤이 거의 없지만, 가장 기본적인 우리 전통춤 요소인 호흡, 굴신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우리 춤의 형태를 익힐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춤을 추다 보면 노랫말이 지닌 문학성도 느낄 수 있다. 강강술래를 배워 보면 이 춤이 얼마나 훌륭한 문화유산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요즘 세상에 손을 마주 잡고 뛰어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어울려 나누는 몸의 평화, 즐거움, 우리 기본 춤사위는 덤이다.

6장 7장에서는 관능적인 형태의 춤을 설명한다. 미국에서 접촉 즉흥 운동이란 춤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관능적인 형태의 춤과 몸의 표현을 설명한다. 몸을 활용하여 표현을 하는 춤은 관능성에 맞닿아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오해를 받게 되는데, 그 안에 있는 자유와 생동성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한다.

에로스는 좁은 의미로는 관능적 사랑. 성애를 뜻하지만, 플라톤의 향연에서 소개되는 에로스는 아름다움을 향해가는 생명의 충동이다. 인간에게 결여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채우하고 하는 충동이며, 이 아름다움은 진리와 선함으로 이어진다. 지혜와 용기, 인식, 절제를 갖추어 더 완전한 존재가 되고 삶의 지평을 넓히고자 하는 욕망.

8장에서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교춤에 대해 설명한다. 춤바람의 대명사로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이 춤은 현대로 들어와 관심을 받게 된다. 사교춤의 과거와 현재 역사와 흐름을 설명한다. 솔로 댄스와 커플 댄스로 흐름을 구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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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장에서는 음악과 연결된 춤에 대해 설명한다. 뮤지컬에서 춤은 생각하지 못했으나 춤이 있었다. 스트리트 댄스와 케이팝까지 대중문화와 밀접하게 관계된 춤들을 설명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는 챕터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정말 다양한 춤이 있었다.

발레, 스트리트 댄스, 칼군무라 칭해지는 아이돌 댄스 모든 것은 각각의 영역에서 전혀 다른 별개의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춤이라는 거대한 카테고리 안에 묶인다. 춤의 역사에 따라 표현하는 방식과 관람 포인트 등 춤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다. 긴 시간 춤에 대해 연구해 온 전문가가 제시하는 시각은 일반인들에게 다양한 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를 제공해 준다. 생각한 것보다 다양한 춤이 존재해 읽다 조금 놀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춤을 설명하는 챕터가 흥미가 갔다. 우리의 춤은 간혹 접하긴 하지만 그 의미와 깊이에 대해선 생각한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신기하고 재밌게 느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생각보다 쉬운 책은 아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나와 조금 생소할 수 있다. 주요 내용은 예시로 큐알을 제공해 주는데, 하나같이 매력적이라 춤을 보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가 있는 시간이란 생각이 든다. 읽다가 조금 지친다면 춤들을 먼저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다. 마지막 장을 넘기며 책을 닫을 때 만족감이 다른 책에 비해 높았고, 다른 분야에 대한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한 것에 대한 충족감도 만족스러웠다.

춤의 표현은 하나의 기호이자 상징이고 언어이다. 몸이 말하는 언어를 이해하고 춤을 본다면 전혀 다른 이야기로 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앞으로 보는 춤이 달라 보일 것만 같다. 시각은 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춤과 그 안의 의미를 새로이 새기며 그 춤을 표현하기 위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을 새롭게 보게 된다. 춤의 언어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긴 시간 단련해 온, 지금도 단련과 연습을 반복하고 있을 수많은 춤꾼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10219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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