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카와 마사오를 무라카미 하루키와 자주 비교하곤 한다. 나는 그 의견을 동의하지는 않는 쪽이었다. 하지만 '연기의 끝'을 보고 있자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지금은 없는 공주를 위하여'가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화려한 삶 속 그 이면의 이야기. 내가 한때 아름답고 순수하다고 생각한 것들은 여지없이 무너지고 만다.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일본 소설의 계보와 하나의 흐름이 보이는듯하다. 이 책의 소개 글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허나 나는 이 작가를 읽으면서 다자이 오사무가 읽혔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고민을 하다가 야마카와 마사오는 전체주의의 종말 이후를 개인을 얘기하는 작가이기 때문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었다. 현대 일본 소설에는 특유의 허무감이 묻어있다. 개인은 외롭고, 허무하고, 곧 부서질 것 같이 나약한 존재들이다. 그 느낌을 가장 잘 보여준 작가 다자이 오사무이기에 나는 그를 떠올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계보를 잇는 이가 야마카와 마사오일테고 그 바톤을 이어 받은 많은 작가들이 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토니 타키타니'등 초기작에서 보였던 허무감은 요시다 슈이치 등의 이후 작가에게서도 비슷한 분위기는 읽혀 온다. 우리에게 '한'의 정서가 있다면, 일본에는 '허무'의 정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혼자 생각해 본다.
소설 속 위태로운 주인공은 하나같이 내일을 기대할 희망을 아직 찾지 못했다. 소설 속에서 자살하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많은 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면서 계속해서 '살아갈 이유'를 묻게 된다. 사랑이 부재한 자리 사랑을 찾게 된다. 비극만을 말하는 작가에게서 희망을 묻게 되는 이상한 소설이다.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못하는 그 힘은 읽어보아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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