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언론인, 기자는 존경의 대사가 아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고 말하며 잘못된 권력을 비판하던 언론인의 모습도 찾기가 어렵다. 세상은 그들을 기레기라고 부르며 조롱한다. 라디오나 유튜브 영상에서는 기자들이 쓴 악의적인 기사들을 읽고 조롱하기도 한다. 글을 쓰는 직업군을 존중하는 사람으로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아쉽고, 조금은 충격적이기도 하다. 기자들은 이제 언론인이라기보다는 단순 직업군으로 분류되는 사회. 존경받는 지식인에서 조롱으로 점철된 세계. 평생을 기자로 살아온 저자는, 전두환 정권 시대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비판하는 보도를 한 저자는 이러한 시대를 지나며 생각을 할까. 작년에 나온 권석천 칼럼니스트의 '사람에 대한 예의'를 읽고 느꼈던 통렬한 자기반성과 성찰, 그리고 사회를 보는 시선에서 매력을 느꼈기에 변상욱 대기자(대기자란 연차가 차서 관리자가 되어야 할 직군이나 현장에서 기자로 뛰는 선배 기자를 대기자라 부른다 한다)의 에세이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를 선택하게 되었다.
언론인들이 쓴 저서들은 하나같이 문장이 좋다. 추천 도서인 권선척 칼럼니스트의 '사람에 대한 예의'와 최근에 나와 베스트셀러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손석희 기자의 '장면들'까지 모두 매력적인 문장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 역시 문장에서는 지지 않는다. 한 가지 아쉽다고 해야 할까, 조금은 안타깝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개인의 선입관이라 해야 할까, 아쉬움과 소회는 있을지언정 언론과 사회 비판을 자제하고 있는 책이다. 문장이 섬세하고 일상에 대한 관찰과 사회적 현상을 잘 매치하고 있는 좋은 에세이라고 생각란다. 하지만 현 언론에 대하여 너무 거리 두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독자의 섣부른 생각은 저자가 소개하는 영상을 본 뒤 반성으로 바뀌게 된다. 책 제목을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라고 지은 이유는 기자 생활을 하면서 보았던 여러 가지 대립들. 좌와 우, 부와 빈부 그리고 이로 인한 배분의 문제, 종교나 이념의 대립 등.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힘의 논리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 한다. 같이 공존하는 방법, 함께 걸어가는 길에 대해 생각하고 싶어서 '두 사람이 걷는 법'이라는 제목을 지었다는 것이다. 기자는 무조건 비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스스로의 선입견에 한 번 놀라고 반성하게 된다. 저자의 말처럼 '두 사람이 걷는 법에 대하여'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모든 에세이가 답을 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를 위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길' 한 챕터의 제목처럼 생각이 서로 다른 두 사람이 걷기 위해선 생각을 멈춰 선 안되고 계속해서 대화하고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한다. 중요한 것을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들이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현상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반성과 대립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한 소중한 책,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