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이 만든 독립서적의 가장 큰 재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거리감이 아닐까. 나와 똑같은 사람들이 보듬고 있는 일상, 그리고 모두가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들, 삶의 틈새로 엿볼 수 있는 깊이까지. 닮은 듯 다른 삶을 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 좋았다. 고요한 세계에 독백을 남길 때에서 특히나 좋았던 것 명상집을 보는 듯한 감각과 고요한 시간들이 있었다. 책을 쉽게 읽히지만, 그 호흡은 느리고 주변과 일상을 천천히 훑게 만든다.

내 안의 그늘이 서늘함과 어둠만이 아닌 당신을 위한 쉼이 될 수 있다고 믿기에 쉬이 슬퍼하지 않는다. 겨울을 지나야 다시 새 계절을 마주할 수 있다. 하루는 24시간을 모두 지나야 알 수 있기에 섣부른 일기는 남기지 않는다.

저자의 말

책날개에 있는 작가의 글이 특히나 멋지다. 하루는 24시간을 모두 지나야 알 수 있기에 섣부르게 하루를 마무리 짓는 일기는 쓰지 말라니!(일기도 쓰지 않지만,) 오늘 하루가 우울하더라도, 혹은 좌절스럽다 하더라도 마지막을 생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점은 문장을 그 위에 너무 길게 써서 조금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우연히 열어본 서랍 속에서 마주친 낡은 사진처럼 분명히 지나왔음에도 낯설게 기억될 지금, 여기의 순간들. 그 어떤 당위도 없이 만끽하는 내가 되기를. 그 끝엔 늘 몇 줄의 문장이 남겨지기를

무르익는 세계 중에서

젊은 시절에 느낄 수 있는 불안감과 지나온 일상들에 대한 단상. 이것은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에 대해 생각했다. 내일의 나는 같은 일로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쉽게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자 오늘의 우울을 조금 덜 수 있었다.



쓴다는 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다.

저자는 누구를, 어떤 독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코로나 이후 우리는 혼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어떤 유명인은 자신을 알게 되는 시간이라 적었고, 나는 그저 우울하다 쓴다. 이 시기에 있는 이런 책들은 삶에 대한 공감이다. 그것이 감사든, 기쁨이든, 일상의 우울이든. 어쩐다 싶을 때, 이런 책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감사하다.

책 뒷편에는 저자가 직접 손으로 쓴 초고가 보인다. 초고를 통해 작가의 글쓰기의 글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귀여운 글씨긴 했으나 조금 읽기가 힘들어서;;; 당황스럽긴 했다. 다음에는 좀 단정하게 적어주시길)


문장이 아름다워서, 그리고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상을 담고 있기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조금 쌀쌀해진 날씨가 느껴졌다. 어느새 가을, 계절에 잘 어울리는 섬세한 감성을 그리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483757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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