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꿈을 지킨다
무라야마 사키 지음, 한성례 옮김 / 씨큐브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를 본 뒤, 내 주변에 마녀가 있었으면 좋다는 생각을 했다. '마녀는 꿈을 지킨다' 이 소설은 키키의 동료 이야기 같은 소설이다. 키키가 나와 같은 학교가 다니고, 내 이웃으로 산다는 상상력으로 쓴 또 다른 소설. 만화나 동화에서 보던 상상력과 따뜻함을 일상에 풀어놓은 듯한 소설이라 부담이 없다. 책이 얇은 편은 아니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짧은 단편이라는 점, 문장이 부드럽고 읽기 쉬워 초심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좋다.

처음 제목을 본 뒤 꿈을 가진 마녀가 자신의 꿈을 이루면서 성장하는 책이라 생각했다. 이 책에서 마녀가 지키려고 하는 꿈은 무엇일까, 생각하면서 페이지를 넘겼다. 책에서 말하는 꿈은 마녀의 꿈이라기보다 인간의 신념에 가깝다.(최근 선택한 일본 책이 하나같이 꿈과 신념을 이야기하고 있어 놀랍기만 하다) 소설 속 마녀들은 인간이 길을 잃었을 때는 바른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우미이자 길잡이다. 그들은 인간이 신념이나 꿈, 시대가 바뀌면서 잊고 있던 가치를 일깨워 주기도 한다. 마치 수호천사처럼 우리 곁을 지켜주는 존재 같지만, 삶이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결국 선택은 결국 우리가 하는 것이고, 바뀌는 것 역시 나 자신이다.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키키를 통해 다양한 인생과 삶을 엿볼 수 있듯 '마녀를 꿈을 지킨다' 역시 마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잊고 있던 삶의 가치와 꿈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

마음이 우울해지면 마가 끼기 마련이죠. 아까는 좀 위험한 상태였는데 이제는 괜찮아요.

자살을 하려던 내 앞에 갑자기 나타난 친구. 그 친구는 자신이 '마녀'라고 말한다.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서 삶에 소중함을 다시 찾은 가나에, 친구 나나세는 떠났지만 그녀에겐 약속이 남아있다.

영혼이 어딘가에 녹아들어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영혼을 사라지지 않고 분명 어딘가에 남아 있어.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했던 마음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선라이즈 선셋, p192

가장 맘에 들었던 화 '선라이즈 선셋' 죽은 망자들의 염원은 살아있는 이들의 삶과 관련된 것들이란 게 어쩌면 당연하지만 슬펐다. 그런 그들에게 위로하듯 던져지는 이 대화가 너무 따뜻하게 다가오는 편이었다.

일본 특유의 정서랄까, 드라마나 만화 마지막은 꼭 교훈을 주어야 한다는 강박 같은 특징을 가진 소설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얼추 끝이나 마무리가 예상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강력한 반전이나 스릴을 주기보다는 일상의 소소한 힐링을 얘기하는 소설이니, 특징적인 부분이라 할 수도 있겠다.

인간 뿐 아니라 마녀들도 매너리즘이나 휴식이 필요할 때, '바바야가'를 찾는다. 인간을 사랑하지만 살아 온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고독한 존재다. 마녀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죽은자의 염원을 알 수 있지만, 그들이 살고 싶다고 해서 죽은자를 살릴 수 없다. 아무런 대가도 원하지 않는 그들이 인간에게 보이는 애정을 보자면, 그 힘은 미미해 보이기까지 하다. 그 애절함과 뭉클함에도. 어떻게 그렇게 까지 할 수 있지?라고 생각하는 나는 삶이란 기브 엔 테이크라는 자본주의 논리에 찌든 어른인가보다.

희망이나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고 싶을 때, 편안한 기분으로 볼 수 있어 좋은 책이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47352647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