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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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이 책의 제목은 아무리 보아도 이상하다. 무섭고 애처로운이라는 상반된 감정이 한곳에 모여있는 제목. 저자의 환자들은 정신질환을 가진 피해자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 해를 끼친 가해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리는 뉴스를 통해 정신질환을 가진 범죄자가 감형을 받거나 치료감호소로 가는 것에 분개하곤 한다. 우리가, 사회가 그들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책은 정신질환을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그들이 왜 피해자이며, 가해자가 되었는지. 그들에게 필요한 치료에 대해, 또한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오해에 대해, 아무도 하지 않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한다.

이곳에 수용된 환자들은 너무도 분명한 범죄 가해자다. 그들로 인해 고통받은 피해자들은 대개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 그런 피해자를 위해서는 죗값을 치르는 일이 매우 중요하며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면 그 ‘죗값’을 치르는 근본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의지나 계획에 의해서가 아닌 정신질환의 증상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 교도소에 가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그보다는 치료가 우선이다. 자신이 무슨 병을 앓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병으로 인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난 다음에야 참회와 반성, 처벌이 가능하다.

저자가 정신질환자들을 피해자이며 치료가 필요하다 서술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이 짊어진 짐으로 인해 그들은 자신의 범죄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그들을 교도소에 가둔다고 하여 교화가 되는 것 역시 아니다. 자신의 죄를 인지해야 교화가 될 텐데, 앞에 기술한 이유로 그들은 자신의 죄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치료가 필요하며, 이후 참회와 반성이 뒤따른다 서술한다. 이런 과정을 거칠 때 범죄의 재범률 또한 낮출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큰 성과로 기재하는 부분이 성범죄 부분이다. 치료감호소의 성범죄자들은 약물로 인한 화학적거세를 진행한다. 우리나라에서 화학적 거세로 인한 찬반 토론이 뜨거웠던데 반해 이미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당황스러웠다. 또한 화학적거세로 인한 평생 성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 역시 아니었다. 일시적으로 성욕을 억제하고 그 기간 동안 잘못된 성인식을 고치기 위한 교육과 치료가 병행된다. 교도소에 수감된 성범죄자의 재범률은 높은 편이나, 치료감호소에 수감된 환자들의 재범률은 "0"이라는 부분을 읽을 때, 저자가 이 책을 쓴 의도가 읽혔다. 그들을 무조건 교도소에 가둘 것이 아니라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사회로 돌아갔을 때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정신질환을 주장하는 이들이 치료감호소보다는 교도소에서 죗값을 치르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많은 범죄자들이 정신질환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흉악범죄에서 범죄자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사례가 잦아 이를 보는 이들에게 분노를 자아내곤 한다. 저자 역시 이를 의심하는 이들에게서 많은 질문을 받았는지, 관련된 이야기를 적고 있다.

형사정신감정에 대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피감정인이 의사를 속이려고 할 때 어떻게 알아내느냐"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라도 진료실에서 한두 번 잠깐 얼굴만 본다면 피감정인의 거짓된 증상 호소에 속을 수 있다. 하지만 감정 기간은 한 달이다. 그 긴 기간 동안 간호사와 보호사 들이 계속 피감정인의 행동을 관찰해 면밀히 기록을 남기고, 정신과 의사도 수시로 면담하기 때문에 피감정인이 속이기 매우 어렵다. 무엇보다 피감정인이 하루 24시간씩 한 달 내내 계속 미쳐 있는 척 연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저자의 이런 주장에 반대하는 의견도 역시 의학적 사례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나쁜 인간은 있다' 편에서 소개하는 사이코패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들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상황을 이용할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하는 흉악범죄 중 정신질환을 주장하는 상당수의 사례 중 조현병이 아닌 안티 소셜 판정을 받은 사례도 많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들이 저지른 범죄는 많은 국가가 심신미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추세이고, 정신질환을 주장하는 많은 환자 중 이를 걸러내기 위한 면밀한 조사를 이뤄져야 함은 분명하다.

찬성과 반대가 팽배해진 와중에 이런 정신질환자를 치료감호소에서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처해진 사회적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기도 하다. 이곳에 들어온 많은 범죄자 다수는 가난과 폭력 열악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폭력에 노출된 그들의 삶은 조현병이나 피해망상증을 악화시키고 그것은 더욱 끔찍한 사회적 범죄로 돌아오게 된다. 저자가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라 칭하는 이유다.

책을 덮은 뒤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저런과 그러나가 반복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일부 환자의 사례를 보면 안타까웠지만, 어떤 사례를 보면 분노를 억누를 수가 없다. 울분을 토하게 된다. 흉악범죄에 정신과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악용하는 사례가 늘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방구석 1열에 뇌과학자와 신경정신학자 두 분이 패널로 나와 한국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 (정신) 병원을 너무 멀리한다.라는 이야기를 나눈 것이 다시금 생각난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에 대한 작은 관심이, 그들의 병이 커지기 전에 빠른 조치가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일 텐데 스스로 생각하고도 이뤄지지 않을 꿈같은 이야기라 더 안타깝다.

또한 이런 책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오해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통해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지식과 오해들이 바로잡히고, 이런 관심들이 모여 제도적 절차와 지원이 공고해지길 희망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45340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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